국민의힘, 간호법 거부권 비판 맞대응 전략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갈라치기’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과 관련해 야당이 통과시킨 간호법이 윤 대통령이 약속한 간호법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간호사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그보다 약자인 간호조무사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갈라치기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고등교육을 박탈하는 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총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말한 간호법과 현재 간호법은 전혀 별개”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 후보로 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 등 내용이 담긴 ‘간호협회 정책제안’ 서류를 전달받으며 “간호협회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당시 간호법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니 이 총장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간호사들의 숙원사업을 이뤄주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서에서 “간호법안은 특정 직역을 차별하는 법안”이라며 “간호조무사에 대해 학력 상한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 “간호법에 간호조무사의 권익을 박탈하고 억제하는 규정을 넣을 수 있겠나”라며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문제도 있다”고 했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제한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의 자격 기준을 고졸 이하로 제한하는 학력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에서 2022년 간호조무사 응시자 4만여명 중 대학 이상 학력 소지자는 1만6198명으로 40% 정도다. 이 중 1만4338명이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앞서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일 “간호법의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은 2012년 보건복지부가 직접 만든 것이고, 2015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지금까지 유지돼왔다”고 비판했다.
다만 학력 조항으로 현행 의료법 중 관련 내용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논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간호조무 관련 학원과 특성화고 졸업을 응시 조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간호조무사들 주장이다.
간호협회가 의료법에서 관련 조항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대에 간호학과가 있는 상황에서 간호조무과가 생기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간호협회의 주장이다. 실제 간호조무사의 학력 규정은 2012년 한 전문대학에 간호조무과가 생긴 것을 계기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특성화고와 학원 측이 반발했고 현행 규정이 유지됐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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