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역사 길이 남기자" 광주 금남로 5·18 43주년 전야제(종합)

변재훈 기자 2023. 5.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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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43년 전처럼' 민주평화대행진…"헌법 전문 수록·왜곡 근절"
'민주 열사-10대 대화' 총체극, 불의에 맞선 항쟁정신 표현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43주년 5 ·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민주평화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3.05.1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43년 전 5·18민주화운동을 재현, 항쟁 정신을 되새기는 전야 행사가 17일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졌다.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를 주제로 43주년 5·18 전야 행사를 열었다.

올해 행사에는 ▲진상규명·정신계승 ▲공동체정신 재현 ▲미래세대 지지 ▲평화통일 등 네 가지 기조가 담겼다.

행사는 전야제의 전통인 '민주평화대행진'으로 시작됐다. 1980년 5월 18일 당시 계엄령 선포에 맞서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시작된 가두 행진 투쟁이 43년 만에 되살아났다.

대행진 참가자 3000여 명은 오후 5시 30분부터 오월 원혼을 위로하는 풍물놀이에 맞춰 수창초등학교에서 금남공원을 거쳐 금남로 전일빌딩245 앞 본 무대까지 1.6㎞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역사 왜곡 근절에 힘을 실었다. 미래세대는 항쟁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렬의 뒤를 따랐다.

본 행사는 판소리·무용·시·노래·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총체극(서장 포함 총 7장)으로 꾸며졌다.

극 제목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1980년 당시 전두환 퇴진을 촉구하며 시민들이 불렀던 훌라송 가사를 따왔다.

총체극에는 전남대 학생으로서 시민군에 자원해 5월 27일 전남도청 최후 항쟁 도중 숨진 고(故) 이정연 열사가 광주의 시조(市鳥) 비둘기로 환생,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10대 주인공 '산하'와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 열사는 미래 세대에게 예향·미향·의향으로서의 광주를 두루 소개하며 자긍심을 일깨웠다.

맛의 도시 광주를 소개하는 에서는 광주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참여형 퍼포먼스도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5부 '의향 정의의 도시'에서는 뮤지컬 형식으로 불의와 총칼 앞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고귀한 역사가 표현됐다.

무대 위에서는 ▲1597년 이순신 장군·전라도민들이 함께 외세를 몰아낸 '명량해전' 승리의 역사 ▲1894년 핍박 받는 민중의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동학농민운동 ▲1919년 민족 의식을 고취한 항일 투쟁 ▲1980년 나눔·공동체정신을 이룩한 5·18 항쟁이 차례로 재연됐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역사와 민주·인권·평화의 5·18 정신을 미래세대에 전달하자는 취지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30분간 펼쳐진 총체극은 노래패의 '철망 앞에서', '아름다운 강산(광주·강산→광주로 개사)', '아리랑' 열창을 부를 때 절정에 달했다. '우리가 모두가 광주고 광주의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갑니다' 자막으로 대단원에 막을 내렸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43주년 5 ·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민주평화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3.05.17. hyein0342@newsis.com

전야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5·18이 남긴 정신적 가치를 헌법에 새겨 이제는 역사 왜곡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 중 시민 참여 발언에 나선 민병수(55)씨는 "광주시민들은 총칼 앞에 두려운 마음을 떨쳐내고 의로서 우리 이웃을 지키기 위해 이 곳 금남로에 모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을 각오로 싸웠다"고 말했다.

또 "43주년이 된 오월 항쟁이다. 하루라도 빨리 오월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에 수록돼 이 정신을 굳건히 지키고 우리 사회에 확장됐으면 좋겠다. 오월 정신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나라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항쟁 당시 초등학생이었다는 정병모(54)씨는 "직접 실상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보고 들은 진실이 있는데 5·18 역사를 비틀고 깎아 내리는 망발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도 5·18폄훼 극우 세력과 결탁한 이들이 아직 많다. 이제는 단호하게 단절해야 한다"며 "대통령도 약속한 만큼 5·18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미래세대는 올바른 역사 의식 함양을 통해 5·18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대학생 오예진(22·여)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 친척들로부터 5·18의 참상과 항쟁 정신에 대해 들으며 자라왔다"며 "5·18을 깎아내리고 부정하는 망발을 들을 때마다 괜히 역사가 더러워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우리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를 배워 오월광주가 남긴 정신적 가치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왜곡 시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5·18이 되도록 이제는 미래세대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5·18 민중항쟁 제43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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