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떠밀려…민주당, 김남국 윤리특위 제소

기자 2023. 5. 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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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총 사흘 만에 직접 지시
‘제명’ 요구 속 쇄신 의지 시험대
국회 윤리특위에 쏠린 관심 변재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 끝에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까지 ‘선 진상조사, 후 제소 검토’ 방침을 고수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은 김 의원 징계 수위를 두고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 김 의원에 대한 민주당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의원 제소를 직접 지시했다. 이 대표는 “상임위 활동 시간에 코인(가상자산)을 거래한 것은 김 의원이 인정했다”며 “공직자 윤리규범을 준수해야 할 책임을 엄중히 물어서 윤리특위 제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가 김 의원 윤리특위 제소를 지시한 것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 결의문에 상당수 의원이 요구했던 ‘윤리특위 제소’ 문구가 반영되지 않은 지 사흘 만이다. 당 소속 의원들은 당시 의총에서 선제적 제소를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진상조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대변인은 지도부가 ‘선 진상조사, 후 제소 검토’ 방침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고 진상조사에도 한계가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지체하지 않고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소속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탈당 전에 (김 의원에게) 자료 요청을 한 상태였고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코인 전수조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이 동의해야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적극적 조사’ 방침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당내 자발적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도 전부 재산신고 대상으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을 그었다. 재산신고 관련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라며 전수조사에 소극적이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늑장 대응에 리더십 리스크…‘맹탕 징계’ 땐 후폭풍 클 듯

돈봉투·코인 의혹에 당 지지율 하락…친명계도 “엄정 대처”
의총 결의 ‘윤리위 제소·복당 불가’ 제외 놓고 이재명 책임론
여당·정의당 ‘김남국 제명’ 압박…징계 수위가 도덕적 시험대

이 대표의 태도 변화에는 ‘김남국 리스크’가 ‘리더십 리스크’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 의원 관련 논란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12%포인트, 30대 지지율은 9%포인트 떨어졌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쇄신 의총 이후 당내에서는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사법 리스크’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 리더십의 근본적 한계까지 공개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친명계 의원 일부도 김 의원에 대한 엄정 대처를 요구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게도 온정주의라든가, 내 식구 감싸기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엄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김 의원 징계안을) 윤리특위에서 처리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 상당수가 쇄신 의총에서 선제적 제소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늑장 대처’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당내에서는 “이럴 거면 왜 애초 쇄신 의총 결의문에 김 의원 윤리특위 즉시 제소 문구를 담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의원들이 김 의원의 자료 제출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를 우려했는데 이 대표가 이제서야 늑장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쇄신 의총 당시 김 의원이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으면 ‘복당 불가’를 못 박자는 의견에도 즉답을 피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선원들과 승객들이 암초에 부딪힌다고 계속 경고하는데 지도부가 조타를 돌리지 않는다”며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 징계 수위를 두고도 시험대에 섰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징계안에는 국민의힘이 제출한 ‘직권남용금지 위반’ 의혹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징계안과 민주당 징계안 내용이 병합돼 종합적으로 심의될 것”이라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김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는 국민의 거센 당 해체 요구에 직면하기 전에 오늘이라도 김남국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선언하기 바란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윤리특위 심사 과정에서 하나 마나 한 징계를 주장한다면 민주당은 탈당에 이어 맹탕 징계까지 김 의원의 ‘코인 먹튀’ 길을 열어줬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징계 논의를 진행하자며 징계 수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윤리특위 논의와 이어지는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쇄신 의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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