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술판 벌인 이들…이틀째 도심 점거해 집회 ‘민폐’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5. 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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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노숙 집회 이어간 노조에
출퇴근길 시민 이틀째 불편 겪어
밤새 소음 신고 80여건 접수돼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 광장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조원들이 노숙 집회를 하면서 먹다 남긴 음식 쓰레기와 맥주캔, 돗자리들이 한곳에 쌓여 있다. <사진=이지안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로 인해 시민들이 이틀째 불편을 겪고 있다. 도로를 막은 집회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도보를 침범해 노숙한 노조원들로 통행에 방해가 되고, 노숙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쓰레기로 거리가 더렵혀졌다. 전날인 16일 서울 시청 인근에서 개최된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은 모든 행사가 끝나고 근처에서 돗자리를 깔고 노숙을 하며 아침까지 머물렀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8시가 넘은 출근시간. 서울시청 광장과 동화면세점 앞 도보에는 노숙 집회를 이어간 건설노조원들이 잠자리를 정리하고 이날 열릴 집회를 위한 대열을 준비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전날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술들이 뒤섞여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채 묶여 있었는데, 전날 노조 차원에서 배부했던 은박 돗자리 같은 것들도 잔뜩 쌓여있었다. 이 쓰레기들은 오후가 돼서야 처리 용역들이 정리를 했다.

집회가 열린 서울 시청 인근은 각종 기관과 회사가 많아 출근하는 인파가 많은 지역이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집회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17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로 주변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 2023.5.17 [한주형기자]
시청역에서 내려 광화문역쪽으로 걸어서 출근하는 직장인 방 모씨(39) “지하철역에서 나와보니 어르신들이 다들 누워 계셔서 걷는 길이 좁아져 불편했다”며 “원래 시청에서 출근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열을 맞춰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누워있어 길을 피해서 가야하니 불편했다”고 전했다.

광화문에서 수서로 출근하는 직장인 A씨(62)는 “평소와는 달리 광화문 교차로에서 5분은 더 지체했던 것 같다”며 “출근길이 바쁜데 집회로 인해 건설노조원들에 대한 인식이 더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 모씨(37)도 “전날 먹은 음식과 도시락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했다.

본집회가 열리는 세종대로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일하는 박 모씨(30) “어제 2시쯤에는 옆사람이랑 아예 대화가 안될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며 “회의 진헹도 어려워서 원래 대면 회의하려던 걸 메신저로 돌려 회의를 했고, 업무 집중 안 되는 동료들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본집회가 열리는 도중에는 청계천 앞을 지나가는 직장인들이 두 귀를 꼭 막고 지나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건설노조의 집회로 불편을 호소하는 112 신고도 속출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16일 집회가 끝난 뒤 인도에서 노숙한 것을 제지하지 않은 경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17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3.5.17 [한주형 기자]
17일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밤새 이어지면서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는 소음 관련 112 신고가 80여건 접수됐지만 현장 측정 결과 소음이 법적 허용 한도를 넘지 않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날 밤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코리아나호텔 앞 인도 등에서 노숙하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일부 참가자가 허가받지 않은 곳에 무단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음주·고성방가 등을 해 이와 관련된 112 신고도 4건 이상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 도심의 인도에서 벌어진 노숙 자체에 대해선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예 통행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형법상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번 집회 과정에선 그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건설노조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숙 자체는 폭행, 공공기물 파손 등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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