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협회 “아시안게임 출전하려면 1인당 1억원씩 부담하라”

김세훈 기자 2023. 5. 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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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선수들에 “마필운송료 내야 엔트리” 자비 출전 여부 결정 ‘통첩’
2018년엔 적립금으로 충당…2020년 담보대출 받은 뒤 상환도 못해
“조직위, 항공 대행사 독점계약 탓” 해명에도 ‘준비 부족’ 비난 목소리

대한승마협회가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마필운송비 등으로 1인당 1억원씩을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출전 여부를 결정하라고 최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승마 국가대표는 17일 기자와 통화하며 “협회가 최근 국가대표들에게 마필운송료 1억원 정도를 부담해야만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비 출전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는 총 9명이다. 국내 출발 말 8마리, 해외 체류 말 1마리가 항저우로 가야 하고 총 운송비용은 1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담당자가 쉬는 날이라서 답할 사람이 없다”며 “담당자 빼고 이 업무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협회는 과거 올림픽, 아시안게임 때는 마필운송비, 마방운영비 등을 자체 예산으로 부담했다. 그러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예산이 부족해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아 협회 적립금 5억여원을 대표팀 파견 비용으로 썼다. 협회는 2020년 다시 문체부 승인을 받고 남은 적립금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은 뒤 협회 소송 관련 비용으로 사용했다. 대한체육회는 “적립금 5억여원, 대출금 2억원 등 총 7억여원에 대해서 원금 상환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적립금은 경기단체가 국고, 기금을 받아 단체를 운영하다 남은 돈을 모아놓은 것이다. 사실상 공적 기금이라 웬만해서는 손을 대지 않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문체부 승인을 받아 일부 쓸 수 있다. 협회는 2018년 쓴 적립금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또다시 문체부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다. 1인당 1억원을 내면서까지 아시안게임에 나갈 선수들은 거의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렇다고 남은 적립금 18억원을 대표팀 파견비로 다시 쓴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립금은 그 돈을 종잣돈으로 사업을 해서 생긴 수익을 단체 운영비로 쓰라는 취지로 모아놓은 돈이다.

협회는 지난 4월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의 항공 대행사 독점 탓에 운송비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조직위가 말 항공 운송을 독점 계약한 독일 대행사에 일임했다”며 “독점 탓에 운송비가 많이 증가했고 유럽~항저우 간 노선만 지원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말을 유럽으로 옮겼다가 다시 항저우로 가져가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협회 기금을 모두 말 운송비로만 쓸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조직위가 해결책을 내지 않는다면 협회로서는 선수단을 대폭 축소하거나 불참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나 협회가 재정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

승마협회는 정유라 사태 등으로 리더십이 약해졌고 기업 후원을 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과거 한화, 삼성 등이 회장사를 맡으면서 누려온 재정적 여유도 사라졌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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