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보험금 미끼로 '선처탄원서' 강요…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보증금을 떼먹어서 수사를 받는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선처탄원서를 요구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선처탄원서를 써줘야 전세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세입자를 압박하는 건데요.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전세계약 도중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규정을 악용한 겁니다.
정희윤 기자입니다.
[기자]
임대인 김모씨는 수도권 일대에서 수백명의 전세금을 떼먹은 조직의 일원입니다.
홀로 구속을 피했는데, 최근 세입자들에게 이 같은 선처탄원서를 받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씨는 탄원서를 통해 "자신은 세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고, 명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건에 휘말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탄원서를 써준 세입자들은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입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세금을 보험금으로 돌려받으려면 집주인에게 임대계약 종료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 정말 너무 써주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든 제 돈이 일단 너무 급하니까 써줄 수밖에 없었고… (전세 계약 종료 확인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선처탄원서를 받아 가는 게 굉장히 악질인 부분인 거고…]
집주인 김씨는 세입자와의 직접 연락은 피한 채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 종료확인서와 선처탄원서를 교환했습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 저 부동산이니까 연락을 좀 주셔라… (임차인한테) 종료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김씨 측에서) 자기가 탄원서가 필요하다. (탄원서를) 작성해서 보내주면 자기도 우리 필요한 서류를 주겠다고…]
지금까지 탄원서를 쓴 세입자는 적어도 열명이 넘습니다.
[김경수/변호사 (법무법인 빛) : 주범 격인 사람들은 이미 다 구속돼서 증거도 다 있는 상태잖아요. 근데 거기다 피해자들이 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면 당연히 영장을 안 치겠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현행 규정상으론 집주인이 사망한 경우를 빼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집주인 동의 없이 전세보험금을 내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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