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E100’에 원전 더한 한국식 새 표준, 국제사회에 통하겠나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무탄소 에너지(CF100) 포럼’ 출범식을 가졌다. ‘CF100’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뜻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토록 한 ‘RE100’에 원자력발전 등을 더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행 중인 RE100에 맞서 CF100을 또 다른 국제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유럽·북미와 달리, 재생에너지 확대에 일조량·바람이 부족하고 전력망 확충에 어려움도 있는 만큼 CF100이 대안이라는 정부 설명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RE100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CF100이 국제사회에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기준을 협력업체에 납품요건으로 제시하고 있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수주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자동차 업체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으나, RE100을 충족할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해 납품 계약이 무산됐다고 한다. 또 다른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도 BMW로부터 2025년까지 RE100 요건을 충족하라는 요구로 인해 계약 성사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소니 등 세계 굴지의 400여개 기업이 RE100을 선언하며 에너지 사용의 국제표준이 돼가고 있다. RE100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가 아니라고 못 박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무탄소 에너지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지만 기업 간 거래는 별개의 차원이다. 보호무역주의를 타고 녹색장벽이 높아지는 현실과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를 거스른 채 CF100을 국제표준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현실적인 방안은 CF100의 국제적 공감대 확산을 꾀하는 것 못지않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시급히 늘리는 병행전략이다. CF100에 ‘다걸기’하다 무슨 낭패를 볼까 두렵다. 재생에너지 확충에 손놓고 있다간 자칫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충족하는 나라로 옮겨갈 ‘탈한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재생에너지 확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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