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오영훈 제주지사…지지선언 기획 여부 공방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4번째 재판에서 당내 경선 과정 때 이뤄진 '단체 지지선언을 기획했는지'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세 번째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청년과 직능단체 지지선언들이 허술하게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단체 지지선언 관련 증인 두고 공방
아울러 도내 모 비영리 법인 대표 A씨도 함께 재판받았다. 첫 공판 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의 경우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현재 오 지사의 혐의는 2개다. 6·1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5월 16일 A씨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한 혐의다. 또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지사 후보 경선에 대비해 도내 단체들의 지지선언을 기획한 혐의다.
이날 재판에는 오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자 지난해 제주지사 선거 운동을 도운 C씨와 D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단체 지지선언 기획' 사건과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물었다. 오 지사 측이 "단체들의 자발적 지지선언"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터라 빈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검찰은 '121개 직능단체 지지선언' 현수막 제작을 업체에 직접 의뢰한 C씨에게 "직능단체 관계자에게 제작 업체 연락처만 알려주면 되지 왜 직접 현수막 제작을 의뢰했느냐"고 묻자, C씨는 "사람 면전에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어떻게 직접 하라고 말하느냐. 연결만 시켜준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오 지사 측 변호인은 '현수막 제작 의뢰가 지지선언에 관여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C씨에게 "제작만 의뢰했고 비용은 단체에서 내기로 협의한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C씨는 "단체에서 제작하는 거다. (업체에) 맡겨달라고 해서 그렇게만 해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2030 제주청년 지지선언 3661명' 모집 과정에 D씨가 '구글폼'을 통해 지지자 400여 명을 모았다고 하자, 재판부는 "지지선언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선거캠프 몸담고 있는 사람이 모집했다고 해서 어색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D씨는 "중간 매개체 역할만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지선언 단체 실체 있느냐" 지적도
검찰은 '121개 직능단체 지지선언' 현수막 제작을 의뢰한 C씨에게 "현수막 보면 직능단체가 121개에 달한다. 상당히 많은데, 대표도 없고 단체명만 있다. 직접 제작도면에다가 단체명을 적었는데 실체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C씨는 "만든 사람이 문제지, 왜 나한테 묻느냐"고 되물었다.
증인신문 내내 D씨가 직접 모집했다는 '2030 제주청년 지지선언' 인원이 '400여 명', '200여 명', '100여 명'으로 계속 달라진 데 대해, 재판부는 "숫자가 정확하지 않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D씨는 "제 인원만 추산이 어렵지, 전체적인 인원 추산을 하면 어렵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날 '제주대학교 교수 20명 지지선언'을 주도한 제주대 전‧현직 교수 2명도 증인으로 나와 "국회의원 시절부터 4·3과 제왕적 제주도지사 문제 뜻에 공감한 오영훈 후보를 지지하고자 자발적으로 지지선언문 초안을 작성해 수정만 거쳐 언론을 통해 배포하도록 했다"며 오 지사에 힘을 실었다.
한편 오 지사 측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데다 취사선택 된 증거"라고 비판하자, 검찰이 "의견서를 자극적으로 썼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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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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