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노동자 '시신 유기' 포천 돼지 농장주 '집유'…"유가족과 합의"

자신의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포천 돼지 농장주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6단독(이우희 부장판사)은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 농장주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시체유기 과장에서 아버지인 A씨를 도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2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야산에 60대 태국 국적 남성 C씨의 시신을 트랙터에 실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C씨 지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이틀 뒤인 3일 오후 야산에서 C씨 시신을 발견하면서 A씨의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체류자였던 C씨는 A씨의 돼지농장에서 10여년 가까이 일하다가 지난 2월 건강 문제로 사망했고, A씨는 불법체류자인 C씨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시체를 인근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체를 유기한 방법이나 경위는 불량하다. 범행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범행 후에도 처음에는 자신의 행위를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C씨와의 관계에서 임금 체불을 비롯해 갈등 관계가 없었던 점, 타살이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의 범행을 도운 아들 B씨에 대해서는 "A씨로부터 연락받고 시체 유기를 도왔지만, 경찰에 신고를 권유하는 등 자신의 죄를 반성했다"고 판단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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