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 노릇에 괴로워 극단 선택‥녹화공작사업 피해자들 기밀자료 보니
[뉴스데스크]
◀ 앵커 ▶
군사정권 시절 '녹화공작사업'으로 군에 강제로 끌려갔던 이들의 참상, 이틀 전에 전해드렸는데요.
이들 중 상당수는 강압에 못 이겨 정권의 밀정 노릇을 했고, 일부는 세상을 등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어떤 죄책감에 시달렸는지, 그런데도 당시 군은 사망 원인에 대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MBC가 군 기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두환 정권이 맹위를 떨치던 1983년 8월.
대학 3학년이던 이문범 씨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거기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넉 달 먼저 강제징집된 동아리 친구 한영현 씨가 입대 석 달 만에 숨졌다는 겁니다.
[이문범/녹화공작사업 피해자] "(대학) 동료였던 한영현이 이제는 군대를 가는 중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을 했고요. 거기 이제 기간병들이 얘기를 해준 거예요."
당시 군은 '한 씨가 가정 파탄을 비관하다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보안사령부의 기밀 자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군에서 '프락치'로 활동했던 한 씨가 죄책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한 씨를 '활용한 결과'라고 적힌 항목.
'학교 문제 동아리 및 문제학생 동향을 제보한 바 있다'고 합니다.
휴가를 나간 한 씨가 '나로 인해 너무나 많은 피해를 볼 것', '82학번까지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친구 이 씨의 기억에도 생생합니다.
[이문범/녹화공작사업 피해자] "녹화 공작으로서 (영현이가) 휴가를 나와요. 그리고 자기 때문에 (동아리가)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한 거예요. 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고서, 들어가서 자살을 한 거죠‥"
1981년 대학 1학년생이었던 정성희 씨도 강제징집 뒤 프락치 활동을 하다 이듬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성우/녹화공작사업 피해자] "(정 씨가) '상황이 급박해지면 서로 총부리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느냐' '그럴 때 어떻게든 양심을 지키겠다는 이런 생각을 미리 해야 된다' 뭐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처럼 군사정권의 밀정 노릇을 하다 세상을 떠난 녹화공작사업 피해자는 9명.
모두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됐습니다.
프락치 활동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김순호 경찰대학장은 이르면 다음 달 피해자로 인정될 전망입니다.
[김순호/경찰대학장 (작년 12월)]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 개시 명령이 났고 지금 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요."
하지만, 특채와 승진의 배경이 된 걸로 의심되는 '프락치 활동'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다'며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 고헌주, 김준형 / 영상편집 :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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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고헌주, 김준형 / 영상편집 : 남은주
김정우 기자(citize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474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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