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단체” 美학교서 쫓겨나…7곳만 남은 이들의 정체는

여론 조작 지재권 탈취 의혹도
유럽 각국도 연이어 폐쇄

2011년 1월 21일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시카고의 한 고교에 설치된 공자학원을 방문한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세계 수십개 국가에서 ‘중국 문화의 전도사’로 불리던 중국 ‘공자학원’(孔子學院)이 미국 내 교육기관에서 대부분 퇴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교 내 학문의 자유 및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7일 미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미국 내 공자학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메릴랜드대에 처음 미국에 상륙한 공자학원은 2017년 118곳으로 불어났지만 2022년 12월 기준 7곳으로 쪼그라들었다. 5년 사이 약 94% 이상이 퇴출된 셈이다.

CRS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공자학원이 미국내 중국을 향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적재산권 탈취 및 첩보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에 따라 캠퍼스 내에 공자학원을 설치했던 미국 각지의 대학교들이 하나둘씩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자학원을 가리켜 “미국의 대학과 초중고에서 중국의 국제적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라며 미국 내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의 외교사절단으로 정의한 것도 한몫했다. 미 국무부는 공자학원을 ‘해외임무 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자학원을 설립하려는 기관으로 하여금 인적 구성과 예산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공자학원은 초급 중국어 수업 및 학술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 출범 이후부터 줄곧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은 2004년 서울 강남에서 문을 열었으며, 이후 급속히 세를 불려 2020년 기준 160여개국에 560여개가 설립됐다. 중국과 관련된 각 분야의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거나 중국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중국에 관심 있는 이들을 선발해 중국에서 연수나 캠프, 학위 과정을 무료로 수료할 기회도 제공한다.

다만 최근 들어 공자학원은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국가간 교류를 증진한다는 본연의 역할과는 달리, 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해체시키는 한편 해외 대학에 대한 첩보활동을 벌이는 기구로 자리잡았다는 비판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 서방국들은 공자학원을 중국의 영향력 침투를 위한 창구이자, 현지 중국 유학생 등을 단속·감시하고 고급 학술 정보를 수집하는 거점으로 결론 짓고 있다.

CRS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공자학원 및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미국 대학의 교직원 등에게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에 관한 발언이나 행사를 하지 않도록 직간접적 압력을 가했다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의 경우 대만 혹은 톈안문 사태 등을 주제로 다룰 시 참여를 제한시키거나, 중국에 우호적인 학생을 중국 현지 장학생 또는 중국 기업·은행에 취직시켜 친중파로 키운다는 보고도 있다.

유럽서도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거세다. 영국은 지난해 7월 공자학원 30곳 모두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2020년에 모두 폐쇄했으며, 핀란드는 올해까지만 기관을 운영 후 폐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국내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 기준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23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