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타투업법은 민생법안”…그 퍼포먼스 때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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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021년 6월11일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며칠 뒤인 16일엔 타투유니온 조합원들과 함께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서 타투업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화창한 초여름날 등판이 깊게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류 의원의 등에 꽃모양 타투가 수놓여 있었다.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은 단박에 눈길을 모았고 타투업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은 타투(문신)와 반영구화장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면허와 업무 범위, 위생·안전관리 교육, 위생관리 의무, 정부의 지도·감독 등을 담았다. 이 법안을 비롯해 2023년 5월 현재 국회에 발의된 타투 관련 입법안은 총 8개. 세계 최고의 한국 타투 산업 육성과 진흥, 타투 아티스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해 법 제정을 촉구하는 류 의원을 4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홍그리버드’ 홍준표 의원도 참여
―타투 퍼포먼스가 큰 화제가 됐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각 언론사에 알렸지만, 그날 정작 단 한 명의 기자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때인데 총리가 국회에 예방을 온다고 해서 카메라가 다 몰려갔다. 일기예보까지 봐가며 고른 유난히 화창한 날이라서 허탈했는데 나중에 오히려 좋았다. 가장 잘 나온 사진들을 보도자료로 배포했으니 전화위복이었다. (사진에 잘 나오게 하려고) 풀만 먹어가며 고생했는데, 기자들 카메라가 있었다면 숨을 참지 않았을 때 사진 찍혔을 수도 있지 않나.”(웃음)
―덕분에 타투업법도 관심을 끌었다.
“인상이 강렬해선지 얼마 안 된 일 같지만 벌써 2년이나 흘렀다. 이러다 임기가 끝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등에 스티커 타투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한 뒤 팔에 문신사 직업코드를 진짜 타투로 새겼는데 너무 작아서 그런지 관심 갖지 않더라. 여러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적절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웃음)
―의원들도 눈썹 문신을 많이 하는데.
“공동발의를 부탁하려고 홍준표 의원님(당시 무소속)처럼 눈썹 문신을 하신 분들 위주로 먼저 연락드렸다. ‘저분 눈썹이 좀 진한데, (눈썹 문신) 하신 건가’ 싶어 연락드리기도 했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채우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계기는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했는데, 타투이스트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겠다고 상담하러 왔다. 그때 타투가 불법임을 알았다. ‘이렇게나 많이 하는데 불법이라고?’ 싶어서 많이 놀랐다. 타투이스트들의 현실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법안 마련으로 이어졌다.”
―어떤 현실을 말하나.
“신용카드 만들기나 행정 업무 하기도 어렵고, 여성 타투이스트들은 성폭력에 노출되는데 신고도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타투를 업으로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는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해야 하는 문제다.”
타투가 미풍양속을 해친다면서 ‘1천만 눈썹 문신’
―‘문신’ 대신 ‘타투’라는 용어를 법안명에 썼다.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라지만 이건 ‘게임법’이나 ‘디자인법’ 같은 국제적 용어이고 법명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신사나 반영구화장사 쪽은 ‘타투업법’ 용어에 거부감을 보이는데.
“사실 문신, 타투, 반영구화장을 구분하기 힘들다. ‘바늘 등을 사용해서 모양을 새기는 행위’라는 정의에서 타투나 반영구화장이 다 유사하다. 반영구화장은 문신이 아니라는 분들도 있지만, 법적 정의를 내리다보면 대동소이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한도에서 합법화해야 한다는 거다.”
―미풍양속을 해친다고들 하는데.
“타투가 미풍양속을 해친다면 ‘1천만 눈썹 문신’이 말이 되나. (웃음) ‘문신 국민’이 들고일어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갤럽이 2021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는 타투업법에 81%가 찬성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찬성 비율이 낮아지지만 전체 평균도 50%를 넘겼다.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본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대를 이어 관성적 입장을 되풀이한다고 생각한다. 30년 전부터 했던 주장 그대로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국민 4명 중 1명이 눈썹 문신이나 다양한 방식의 타투를 접한다. 오히려 타투를 양지화, 합법화하고 지도·관리·감독을 제도권 안에서 이뤄지게 해야 지금보다 더 국민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병·의원에서 실제 시술은 타투이스트가 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권이나 산업 발전의 측면에서도 합법화하는 것이 두루 낫다. 의사협회가 변화한 시대에 맞는 입장을 다시 정했으면 좋겠다.”
국민 건강과 산업 발전 위해서도 필요
―타투, 문신 관련법이 지금 8개나 국회에 발의됐다.
“국회에서 핫한 법안은 이렇게 추가 발의가 좀 뒤따른다. 비교섭단체 의원으로서 법안 발의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여론을 국회로 다시 가져오고, 추진력을 얻어 지금 공청회까지 열리게 됐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타투 합법화는 대선 때 양당 후보도 모두 약속한 사안이다. 이젠 교섭단체 간사들이 핑계 없이 일해줬으면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강기윤 의원(국민의힘),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두 분이 간사다. 뉴스에서 언급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또 해야겠다. 제발 통과 좀 시켜달라.”
―통과 전망은 어떤가.
“(내가) 대표 발의한 법안 가운데 사실 제일 유명한 법안이다.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언제 되겠나. 타투이스트 본인들도 멸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하고, 그것을 우리 법안(위생관리 의무)에도 담았다. 법이 통과되면 시민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시술받을 수 있다. 광주에선 ‘케이(K) 타투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할 거라고 하지 않나. 행정부도 찬성이고, 헌법재판소도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결론은 내렸지만)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젠 국회의원만 일하면 된다. 나는 이것이 민생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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