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타투’ 예술성과 안전성 세계 최고인데 법만 뒤처져”

이유진 기자 2023. 5. 17. 19: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지이야기]세계 최고 타투이스트이자 타투유니온 초대 지회장인 김도윤 사무장 인터뷰
타투이스트 김도윤 타투유니온 사무장.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썸싱21 뉴스레터를 구독해보세요. 검색창에 ‘썸싱21’을 쳐보세요.

김도윤 타투이스트는 ‘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타투이스트다. 국제 타투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받고, 내로라하는 세계적 유명인들에게 타투를 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뒤 모바일게임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 그는 2006년부터 타투를 했다. 2008년께 ‘파인 타투’로 일컫는 ‘케이(K) 타투’ 장르를 개척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20년 설립한 타투유니온의 초대 지회장을 맡았고, 최근 2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사무장이 됐다. 김도윤 사무장을 2023년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의 타투 스튜디오 ‘잉크트월’에서 만났다. 그 역시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유명 배우에게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 실력자는 모두 김·이·박씨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4만 명이 넘고 배우 브래드 피트에게도 문신해주는 등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티스트가 됐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 타투이스트가 외국 배우나 셀럽(유명인)들에게 초대받고, 국제대회에서도 많은 상을 받고 있다. 한국 타투 산업은 세계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외국인이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타투를 받으러 오고,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작업자 절반은 한국인이다.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등의 최고 타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최고 실력의 작업자는 모두 김·이·박씨들이다.”

―새로 옮긴 스튜디오가 깔끔하고 산뜻하다.

“녹색병원에서 타투유니온의 감염관리 지침과 작업 절차를 만들어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관리 지침이다. 지난한 과정 끝에 멸균기를 확보하고 멸균 가능한 타투기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업체와 조율하는 등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제일 먼저 우리가 감염관리 지침을 지킬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공간을 만들게 됐다.”

―‘케이 타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문신은 조폭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다 법망 밖에 있었기에 새롭고 독보적인 타투 장르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께 세밀하면서도 예술성을 지닌 ‘파인 타투’라는 장르가 생겼는데 1세대가 나를 포함해 3명 정도 있었다. 그중 ‘리버 그라피투’는 캐나다에서 활동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멸균 가능한 타투기계를 만드는데 우리가 그것을 쓴다. ‘유주’는 한글 캘리그래피를 사용하는 ‘한글 타투’의 원조다.”

―외국인들도 놀라더라. 어쩌다 이런 장르를 만들게 됐는지.

“일단 한국 작업자들의 손재주가 좋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외국인 타투이스트들도 ‘너희는 어쩌면 이렇게 창의적이냐’고 묻는데, 사실 한국 소비자의 기대수준이 높아서다. 한국인들은 자신에게 더 맞게 타투를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하고 싶어 한다. 소비자가 갖고 오는 생각이 매일 우리의 미션이다. 다행히 그 미션 수행을 잘하는 것이다.”

―타투로 치유됐다는 이들도 있더라.

“손가락이 절단된 사람의 손톱을 타투로 그린 적이 있다. 유방암 환자의 유륜을 타투이스트가 재건해주기도 한다. ‘타투’라는 행위를 의료행위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인이 우리가 하는 작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공청회에서 김도윤 사무장이 발언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 화면 갈무리

멸균 타투 작업 유일한 나라, 한국

―타투유니온은 어떻게 만들었나.

“2020년 2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가 설립됐다. 타투를 합법화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서류상 조합원 수가 700명 넘어갔는데,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만 500명이다. 적지 않은 수다.”

―꼭 노조가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반드시 노조여야 했다. ‘노동’이란 단어를 아는 사람들만 우리를 신경 써준다. 민주노총도 우리를 받아줄지 회의를 거듭하다가 결국 우리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서 받아줬다고 들었다. 감염관리 지침이 필요했고, 이것을 만들어줄 병원이 필요했고, 변호사가 필요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 들어왔기 때문에 녹색병원과 연계하고 법무법인의 도움을 얻어 이런 일을 다 이룰 수 있었다.”

―조합원들이 젊겠다.

“우리가 바로 엠제트(MZ) 노조다. 20·30대 여성이 대다수다. 어리고, 인권에 취약했고, 노조에 아무런 선입견도 없었다.”

―타투이스트의 인권이 취약하다는 건 무슨 말인가.

“미술대학을 졸업해 타투이스트를 선택했을 뿐인데, 불법이기 때문에 집요하게 협박당하고 단속에 휘말려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타투유니온이 설립된 뒤 1년6개월 동안 협박·분쟁 상담만 받은 것이 120여 건에 이르렀다. 타투이스트에게 신고하겠다고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것이 일종의 놀이나 스포츠라고 할 정도로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후 3년 동안 점점 협박 건수가 줄어 2022년에는 25건에 그쳤다.”

2023년 2월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타투유니온 임원들이 의료진과 함께 감염관리교육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조를 설립하고 어떤 사업을 했나.

“타투이스트 누구라도 작업동의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녹색병원과 협업해 감염관리 기준을 만들었고, 교육도 한다. 세계에서 멸균으로 타투 작업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외국에서도 멸균 아래 단계인 고준위 소독을 하고 있다.”

―국회 공청회 진술인으로 나갔을 땐 의례적인 감사 인사조차 없어 놀랐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 직설적으로 말했다. 2015년 공청회 이후 의원님 개개인의 인식이나 의지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감사 인사를 전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국회에서도 8건이나 법안이 올라왔고, 양당이 찬성하고 행정부가 찬성하니 국회에서 적당히 ‘마사지’해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2023년 5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하고 법안이 올라가지 않으면 본회의 상정은 무산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한다고 국회에서도 각을 세웠는데.

“지금도 병의원에서 눈썹 문신을 한다. 의사가 시술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건 불법이다. 의사가 해도 불법이다. 의료기기로 등록된 타투기계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했다. 타투가 그렇게 건강에 위해를 주고 의료인으로서 막아야 한다면, 지금 반영구화장을 하는 병의원을 의사협회가 조처해야 하지 않나. 그 병원의 영업을 조처하지 않는 건 의사협회가 말만 그렇지 문신하는 병의원의 이권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김도윤 타투이스트가 작업하는 자세를 취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다음 목표는 예술인 복지법 개정

―합법화가 된 뒤 노조는 필요 없지 않을까.

“법제화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직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타투문화를 강조한다고 들었다.

“부인이 목사다. 어린 동료들에게 측은지심이 있어 내 활동을 봐주는 것 같다. 타투는 미술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지만 기능성이 있는 미술이고 효과가 뛰어난 각인이다. 그래서 잘하고 싶다. 세계 타투 시장의 트렌드를 이끈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아름다운 나라의 행복한 문화를 담고 싶다. 그래서 타투를 시작할 때부터 음란, 혐오, 반종교적 타투를 하지 않는 것을 작업의 모토로 삼았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개인적으로 ‘예술인 복지법’을 개정해 타투이스트가 예술인으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미술계도 타투를 포함하려 한다. 타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다. 우리 작업을 찍은 영상을 전시하고 공학자, 철학자, 수학자, 미술가와 토론하며 행사도 열려 한다.”

“신체에 끊임없이 새겨넣기 부추기는 사회 될 것”
타투 입법 반대 의사단체 인터뷰

대한의사협회는 타투(문신), 반영구화장법 입법에 반대한다. 국민 건강에 치명적 위해를 주리라는 이유에서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피부과 전문의)에게 의사단체의 생각을 두 차례 전자우편으로 물었다.

―타투(문신)·반영구화장 관련법 입법에 어떤 입장인가.

“문신 및 반영구화장 색소 염료의 안전성에 대한 전수조사, 원산지 조사, 독성·발암성·방사성 물질 함유 조사가 없고, 문신·반영구화장 시술 뒤 제거하려 해도 사실상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국민 인식도 대단히 부족해 원천적으로 법 제정에 반대한다.”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인가.

“문신 및 반영구화장은 한번 시술하면 평생 남는다. (법이 통과되면) 영업 과정에서 신체 여러 부위에 끊임없이 새겨넣기를 부추기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많은 피시술자가 문신 및 반영구화장을 후회하고 제거하기 원하지만, 제거도 완벽히 되지 않고 반흔을 남기며 엄청난 제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색소 염료의 여러 문제로 암 발생 등 국민의 신체 건강에 대한 보건·의료 문제도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공청회를 본 소감은 어떤가.

“일단 (입법) 찬성 패널이 8명, 건강과 시술 자체에 우려를 표명한 패널이 우리 협회 1명으로, 시작부터 대단히 불공정하게 패널이 구성돼 매우 유감이다. 결론을 내려놓고 열린 공청회라는 느낌이다.”

―1천만 넘는 국민이 미용문신과 타투를 받았고, 병의원에서도 문신사가 문신하는데.

“색소 염료에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소비자가 많다고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리 국민 건강에 우려가 있더라도 그냥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주장이다. 의료기관이라도 의사가 비의료인에게 위임해서 시술한다면 문제가 된다. 탈모나 흉터 등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는 전문가도 재료의 안전성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관리를 거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반영구화장 업계는 타투(문신)와 달리 염료를 깊이 주입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고 보는데.

“문신과 반영구화장은 해부학적 학술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학술적으로 반영구화장을 표피에만 주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은.

“색소 염료뿐만 아니라 문신 시술에 각종 마취크림과 의료기기가 쓰이는데, 설령 문신 및 반영구화장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의료인이 시술하지 않는 이상 약사법·의료법 등과 상당한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 심사 과정에 지속적으로 국민 건강 관점에서 의견을 낼 예정이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