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올 뻔한 열대야…벌써 이럴 때야

이세흠 2023. 5. 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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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6일) 강릉과 속초는 1970년대 이후 기온 관측 역사상 5월 중 가장 더운 날이었습니다.

기상청은 최저 기온의 예보 범위에 열대야의 기준인 25도가 포함되는 지역에는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는 겁니다.

어제 강릉의 최저기온 예상치는 24~25도 언저리였기에 통보문에 열대야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죠.

지난 2018년 5월 16일 포항에서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가 관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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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3시 15분, 강원도 강릉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인 35.5℃를 기록했습니다.


■'타들어 가는' 동해의 밤…

어제(16일) 강릉과 속초는 1970년대 이후 기온 관측 역사상 5월 중 가장 더운 날이었습니다. 특히 강릉은 5월 중순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자동기상관측장비의 기록을 보면 '타들어 간다'는 표현을 실감하기에 충분합니다.

한반도 남쪽을 통과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동해안 지역에 남서풍이 불고 산맥을 넘는 바람이 더위를 몰고 온 효과 때문이었습니다.
기류가 밤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상청은 강원 동해안 지역의 기온이 밤 사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열대야가 발생한다면 관측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찾아온 열대야였습니다. 열대야의 후텁지근함과 잠 못 드는 밤을 떠올린다면 불쾌함을 떠오르실 텐데요. 그러나 열대야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새벽 강릉의 대표 관측기록은 23.1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이상을 말합니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이 기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열대야'라니

열대야의 기준인 25도는 인체가 느끼는 영향과 여러 가지 영향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준값입니다. 수면에 가장 좋은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섭씨 18도에서 22도 사이입니다. 20도를 넘어서면 수면 환경이 나빠지기 시작하고, 최적 활동 온도 상한치인 23도마저 넘어가면 잠들기가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25도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한계 기온인 셈입니다. 물론 이 수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밤 사이 기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큰 기온 차가 나타난 것도 아닙니다. 기상청에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기상청은 공식적으로 '열대야 예보'는 하지 않습니다. 기상청은 최저 기온의 예보 범위에 열대야의 기준인 25도가 포함되는 지역에는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는 겁니다. 어제 강릉의 최저기온 예상치는 24~25도 언저리였기에 통보문에 열대야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제 기온은 23.1도로 내려갔습니다.

16일, 기상청이 발표한 통보문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지 않았다고 해서 덥지 않은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열대야 발생 시기는 보통 6월부터 9월까지고, 7월과 8월에 많이 발생합니다. 지난 2018년 5월 16일 포항에서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가 관측됐습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 열대야가 발생했다면, 이 때와 함께 연중 가장 빠른 열대야로 기록될 수 있었는데요.

■온난화에 '잠 못 드는' 지구, 사람들...

당시의 기상 상황과 이번 강릉 고온 현상을 비교해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서풍입니다. 기압계에 의해 서풍이 밤 사이 지속되었고, 태백산맥을 넘으며 지형에 의해 고온의 바람이 동해안 지역에 영향을 주었던 사례입니다. 한편 가장 늦은 열대야는 2022년 10월 3일, 포항 지역에서 기록됐습니다.

다행히(?) 관측사상 가장 이른 열대야는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로 변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성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열대야 발생일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뚜렷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1970년대 연평균 4.2일에서 2000년대에는 5.1일 나타나던 열대야는 2010년대는 9일까지 증가했고, 지난해는 무려 13.2일까지 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합니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열대야도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5월 '때 이른' 여름 더위와 열대야가 우리에게 '불편한 일상'이 될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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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흠 기자 (hm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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