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사이 나쁜 자녀가 유산 받는 게 맞나” 헌법재판관의 질문

양은경 기자 2023. 5.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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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이 일정부분 받도록 하는 ‘유류분’ 제도
위헌여부 공개변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고인의 유언과 관계 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과 관련, 민법 1112~1116조, 1118조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열렸다./뉴시스

“유류분은 유족의 생존권 보호라고 하는 전근대적인 공익을 위해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입니다.”(청구인 측 대리인)

“유류분 제도가 없으면 상속을 전혀 받지 못한 상속인이 일부라도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봉쇄됩니다.”(법무부 대리인)

1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류분 제도를 정한 민법 1112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법정 상속분 중 일정 비율(아내와 자녀는 2분의 1, 부모는 3분의 1)로 보장받는 제도다. 망인이 제삼자에게 재산 전체를 증여하더라도 상속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속재산이다.

장학재단을 설립했던 A씨는 2019년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A씨 자녀들은 자신 몫의 유류분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2017년 10월 사망한 B씨는 며느리와 손자에게만 재산을 물려줬다. 그러자 딸들이 며느리와 손자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당한 장학재단,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들은 유류분 제도가 망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두 사건을 병합 심리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유류분 제도는 가산 관념이 기반인데 가족이 함께 재산을 형성하는 게 현대 사회에서 가능한지 문제”라며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공익을 위해 망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류분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법무부 측은 “유언의 자유와 친족 상속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며 “가족 간 유대를 유지하고 상속 차별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라고 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며 “변론 내용을 들어보면 위헌의 의심이 있는 부분도 있는데 왜 이런 입법을 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김 재판관은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와 사이가 안 좋거나 외국에 가서 교류가 없었던 경우, 아버지가 국내에 있는 다른 자녀에게 재산을 주겠다고 했는데 돌아가신 후 (교류가 없던 자녀가) 갑자기 유류분을 받게 되면 뭔가 이상하다”며 “자녀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는 게 도움이 되고 아버지 입장에서도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을 대리한 서종희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바로 그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며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제한하는 식의 제도개선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재산의)평가 시기를 상속 개시 시기로 해서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증여받은 시기보다 부동산 등 자산치가 몇 배 오른 경우 반환청구를 당하는 상대방은 과도한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유류분은 상속분의 침해를 보존하는 제도의 취지상 상속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을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양측 대리인들에게 별도의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변론을 종결했으며 이후 선고기일을 별도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유류분 분쟁은 상속 재산을 둘러싼 분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위헌 결정이 날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유류분 제도는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 오래 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유류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구하라 법’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회기만료로 폐기됐고 현재 21대 국회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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