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막 오른 43주년 5·18전야제

이수민 기자 2023. 5. 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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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정치인 등 7000여명 참석…무대도 2배 역대급 규모
총체극 앞서 난장, 풍물굿, 평화대행진 등 열기 고조
오월 풍물패 단원들이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공동취재) 2023.5.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오월의 정신을!"(사회자) "오늘의 정의로!"(시민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전 참가자 합창)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가 추모 열기와 감동으로 가득 찼다. 43년 전 그날처럼 약 7000명의 광주시민이 운집했다.

올해 전야제는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라는 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전야제 주제는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슬로건인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와 직접 맞닿아 있다.

전야제에 앞서 식전행사로 진행된 오월시민난장과 민주평화대행진, 5·18정신계승 풍물굿은 구름인파의 흥을 돋웠다.

오후 1시 금남로에서 열린 '오월시민난장'은 다양한 형식으로 오월정신을 기억하고 시대정신을 표현했다. 이날 사단법인 오월어머니집이 꾸린 주먹밥 부스에서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우연히 만나 주먹밥을 함께 만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주평화대행진에는 광주시장과 각 자치구청장, 국회의원, 시민과 시민단체, 아시아공동체 각국 대표단, 고려인마을 동포, 북한이탈주민 등 3000여명이 참여했는데 예년 대비 역대급 인원이다.

이들은 오월을 상징하고 표현하는 다양한 문구의 플래카드와 피켓, 깃발 등을 휘날렸다.

오월 풍물패 단원들이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공동취재) 2023.5.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민주평화대행진 선두에는 600여명 대형 풍물패인 오월풍물단이 섰다.

풍물패는 이날 오후 2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모여 광주공원과 조선대학교, 수창초교 앞 등 3곳에서 거리공연을 펼친 뒤 금남공원에서 집결해 전야제 본공연장 앞까지 왔다.

본공연장 앞에서 행진단을 기다리던 시민 4000여명이 행진자들을 환호로 맞이했다. 사회자가 "오월의 정신을"이라고 외치자 시민들이 "오늘의 정의로"란 외침으로 화답했다.

오후 7시엔 전야제 본공연인 총체극의 막이 올랐다. 올해 총체극은 전 세계의 전쟁과 분쟁, 불평등, 인권탄압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광주의 '오월 대동정신'과 공동체 정신을 알리고 계승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문화·예술의 도시인 광주답게 오월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뮤지컬로 구성했다. 무대 역시 예년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총체극은 서장을 포함해 총 7부로 진행됐다. 공연 시작과 함께 5·18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렸다. 화면에는 광주의 시화인 철쭉과 시조인 비둘기 등 그림이 띄워졌고 무대에는 무용수들이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을 췄다.

이날 전야제에 참석한 프랑스 국적의 플로(32)는 "수창초등학교에서부터 함께 걸어와 대행진에 참여하고 공연까지 관람하게 됐다"며 "재밌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걸어오는데 광주시민들이 '파이팅'이라며 응원도 해주셨고, '외국인인데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도 해줬다. 제가 더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 될 것 같다. 5·18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함께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사미(28·여)는 "전야제 행사에 앞서 광주민주포럼에도 참석했었고, 5·18기념재단 원순석 이사장님께 설명도 들었었다"며 "그 아픈 역사를 이렇게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 아름답고 대단하다.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결혼식을 올린 심현택 우예림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5.18을 맞아 광주로 결정하고 전야제 거리행진에 참여했다..2023.5.17/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신혼여행지로 광주 5·18을 결정한 부부도 있었다. 심현택씨(44)와 우예림씨(41·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난 14일 인천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전국일주 중으로 오월주간을 맞아 광주에 왔다.

우예림씨는 "아는 지인도 없는데 무작정 5·18이라고 하니 광주에 왔다. 신혼부부라고 하니까 광주 분들이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며 "오늘 전야제 참석에 앞서 오전에 기록관과 전일빌딩245에 가서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야제를 보니 너무도 감격스럽다. 민주주의 성지가 이곳임을, 이곳이 민주주의의 시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 민주의식이 깊어졌다"며 "정말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자주 광주에 오고싶고, 나중에 아기를 낳고도 가족끼리 꼭 전야제에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전야제에 당원들과 함께 참석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23.5.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편 이날 전야행사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출동해 광주시민들과 만났다.

강기정 광주시장, 문영훈 행정부시장,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광주·전남 주요 정계 인사들이 전야제 앞자리를 채웠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과 김가람 청년대변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김근태 상근부대변인, 이윤규 청년정치네트워크 위원 등이 참석했다.

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도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전야제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당원들과 함께 거리행진 후 전야제 무대를 관람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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