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가족이란 이름으로…도망치며 살아 온 세월”
[KBS 광주] [앵커]
5.18 43주년 기획 보도, 오늘은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됐다 시위대 버스에 치여 숨진 경찰의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평을 숨어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사연을 김애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불에 타 뼈대만 남은 버스.
1980년 5월 20일, 시위대가 몰던 이 버스에 치여 경찰관 네 명이 숨졌습니다.
5.18 당시 12살, 정원영 씨는 그날 경찰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왜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른 채, 싸늘한 유골함을 끌어안았습니다.
[정원영/故 정충길 경사 아들 : "상자로 딱 와버렸어. 그것도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이거는 철저하게 우리한테 조용히 있으라고.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아버지를 잃은 오 남매 가족은 가난과 가해자 가족이란 낙인으로 오래 고통받았습니다.
["우리가 가해자인 것처럼 되어버린 삶. 그래서 어디 가서 떳떳하게 말 한마디 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는 경찰관 부인이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왜? 다 죽였다고 경찰이. 근데 실제 경찰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정 씨는 진짜 가해자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내 아버지를 죽인 자가 누구였을까요? 광주 시민이었을까요? 아니죠. 사실은 그 역사의 현장을 조작해내고, 정권찬탈을 위해서 시민들을 그렇게 몰아넣어 버린 신군부, 전두환, 노태우 세력이 책임자지."]
오랜 고통을 끊고 상처를 치유해야 하지만, 딱히 손 내밀 곳도 없습니다.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정씨가 사는 곳과 멀 뿐만 아니라, 5.18 희생 경찰관의 가족에게 열려있지 않습니다.
[최승혁/우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국립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에요. 경찰들이 과연 거기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 또 이런 문제가 있고요."]
국가폭력이 누구에게 상처를 남겼는지, 피해자는 누구이고 어떤 치유가 필요한지.
숨죽여 살아온 43년, 경찰 유족들은 묻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김애린 기자 (thirs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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