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11건 쏟아진 '김남국 방지법'...제2의 김남국 못 막는다
[앵커]
국회의원 신분으로 거액의 가상자산에 투자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재산 신고를 할 때 가상자산도 신고 대상에 의무화하는 내용인데, 정작 강한 처벌 규정은 빠져 있어서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장원 기자입니다.
[기자]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보도된 지난 5일 이후,
제2의 '김남국 사태'를 막자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 유행처럼 쏟아졌습니다.
10건이 넘습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재산공개 때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가상자산도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한 이해충돌 심사에 가상화폐를 추가하는 내용인데 마찬가지로 보유 내역을 스스로 등록해야 합니다.
두 법안이 이미 통과됐다고 가정하고 김남국 의원 사례에 적용해봤습니다.
김 의원은 2021년치 재산 등록 때 주식을 팔아 예금이 10억 원 늘었다고 신고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돈, 코인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금이었습니다.
허위 신고였지만, 법이 바뀌었더라도 김 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묻기는 어려웠습니다.
법률에는 거짓 신고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징계나 과태료 처분 정도를 내릴 수 있지만 이마저도 지난 6년간 징계는 한 번도 없었고, 90%는 경고나 주의에 그쳤습니다.
[김성달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심사도 제한되고 심사에서 누구를 소명 요청했는지도 전혀 알 수 없고, 그 소명을 받은 것에 대한 징계 현황도 매우 적고 또 약해요. 제대로 처벌을 안 하니까 계속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추적이 어려워서 일부러 감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특히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종이 또는 USB 같은 실물 지갑을 쓸 경우 감춰둔 코인을 찾아내는 게 불가능합니다.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 양심에 맡겨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홍푸른 / 변호사 : 지갑에만 갖고 있으면 실제로 찾을 수가 없을 수 있죠. 해외거래소라든가 아니면 '콜드 월렛'(실물 지갑)에 보관하고 있으면. 사실 '핫 월렛'(온라인 지갑)도 국내 거래소에 연동이 안 돼 있는 건 추적하기 어렵지 않을까….]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공직자의 가상자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김남국 방지법'이 이르면 이달 국회를 통과할 전망입니다.
그렇지만 입법을 서둘러 민심을 달래는 것보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신고 회피를 막는 장치를 보완하는 등 법 개정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부장원입니다.
영상편집 : 고창영
그래픽 : 강민수
YTN 부장원 (boojw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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