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막장집회, 막장입법…`민·노 연대` 尹정부 흔든다

김세희 2023. 5. 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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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도심서 대규모 노숙시위… 밤늦게까지 술판·흡연·욕설
민주, 파업조장 '노란봉투법' 강행 태세… 尹정부 노동정책 압박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건설노조 고 양회동씨를 향한 묵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입법독주와 정권퇴진 집회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7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6일 서울 도심 노숙집회에 이어 1박 2일간 반정부 정치집회를 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 파업조장법이라는 비판에도 친노조 법률인 '노란봉투법'까지 강행 처리할 태세다.

입법과 집회를 통한 '민-노 연대'가 노동계에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부딪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협치와 갈등 조정이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실종됐다며, 위법 집회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일~17일 건설노조 조합원 분신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총파업과 함께 상경 노숙집회를 가졌다. 노조는 17일 오전 경찰청 등 3곳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오후 2시부터 숭례문 오거리~동화면세점 앞에서 본집회를 열었다. 본집회 이후에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으로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 경찰 추산 2만7000명이 참가했다. 노조는 점심시간 직후부터 세종로 7개 차로 중 4개를 막고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퇴진' 등 정치 구호를 외쳤다. 세종대로 1.2km 구간에선 극심한 차량 정체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날 집회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의원,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등 야권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전날 노숙 장소 곳곳에선 무질서한 모습도 포착됐다. 노조원 일부는 금연 구역인 광장 안에서 담배를 피고 술판을 벌였다. 노숙 장소 인근엔 경찰이 설치한 간이 화장실 여러 개가 있었는데도 노상방뇨를 하는 노조원도 있었다. 술에 취한 노조원끼리 시비가 붙어 서로 욕설을 하는 소란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밤새 이어지면서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는 소음 관련 112 신고가 80여건 접수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계류 중으로,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민주당은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또다시 밀어붙일 태세다.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여야가 협의해서 법안을 만들어 주면 정부도 당연히 그 법에 따라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어떤 특정한 정치 세력이 일방적으로 여야 간 협의 없이 법을 통과시킨다면 그 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도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일반적인 원칙이 있고, 개별법에 따라 특수성도 있다"며 " 그 특수성에 감안해서 앞으로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6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에 이은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해 "법을 벗어난 폭력행위나 신고한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 절차를 지키면서할 경우엔 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민주당이 간호법·방송법·노란봉투법 등을 강행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특정 이익집단, 정치적으로 확고한 지지층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조 파업에 따라 혼란스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에게는 불편을 드려서 송구하다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일반시민은 한강둔치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담배라도 피우면 바로 제재를 하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술판' 집회를 하면서 각종 질서 규정을 무시하는 행태를 그냥 넘길 경우 누가 그 법을 따를 것인지 의문"이라며 "경찰의 적법절차에 따라 취득한 증거를 근거로 집회 책임자와 중대 질서 위반자 등을 대상으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산업현장에서 법과 원칙이 무너져 있다는 걸 이번 집회에서도 보여준 것"이라며 "노조 집회에 대해 법과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참에 노조에 기울어진 법·제도도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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