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단체협약 10곳 중 4곳 ‘불법·무효’

노조 탈퇴 시 해고 등 버젓이 명시
인사위에 노조 추천 인사도 요구

공공부문(공무원·교원·공공기관) 10곳 중 4곳가량이 단체협약에 불법·무효의 소지가 있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탈퇴 시 해고하거나 인사(승진)위원회에 노조 추천 인사를 넣도록 하는 등 노조의 위법적 요구가 단체협약에 반영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이 있는 공공부문 479개 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179개 기관에서 불법 또는 무효로 판단되는 조항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무원 165곳, 교원 42곳, 공공기관 272곳의 단체협약이다.

고용노동부 청사 전경. 뉴시스

공무원의 경우 정책 결정이나 임용권 행사를 교섭 사항에서 배제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노사가 단협으로 체결한 사례가 많았다. ‘인사(승진)위원회에 노조 추천 외부 인사를 포함’하거나 ‘성과·상여금 집행 전 노조와 합의’, ‘조합원을 타 기관과 인사 교류 시 노조와 합의’ 등이다.

공무원 단체협약에서 ‘단체협약의 효력을 (법령 등에 위임받아 규정한) 지침·명령 등보다 우선적으로 인정한다’는 사례도 있다. 교원에서도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준이 노동관계법령보다 우선한다’는 규정이 확인됐다.

노조의 전횡적 요구가 반영된 경우도 있다. ‘노조 가입 대상이 되는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경우 해고’한다는 내용이 공공기관 단체협약에 버젓이 명시됐다. ‘조합 활동에 참여해 질병·사고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공무상 재해로 간주’하거나, 조례로 정해야 하는 지방공무원의 특별휴가를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급단체별 불법·무효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노총 17.1%(123개 중 21개), 민주노총 51.8%(199개 중 103개), 미가맹 등 기타 35.0%(157개 중 55개)다.

고용부는 불법으로 확인된 단체협약과 노조규약은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노조 때리기식 단협 시정명령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