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머니 프로젝트] “대정부 영업 활동”... 조명희 의원의 내 회사 챙기기

강민수 2023. 5.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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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이후 끊임없는 이해충돌 시비를 불러온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자신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자기 가족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달라고 주문하고, 그 해 국회 예결위에서 같은 당 동료 의원이 관련 예산을 요청한 뒤, 조 의원의 가족회사가 해당 용역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명희 의원의 회사가 용역 사업을 따낸 2주 뒤, 조 의원은 관련 사업 예산을 요청한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1983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조명희 의원의 경우 유명무실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미신고한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나며 공직자 이해충돌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뉴스타파는 21대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과 부동산, 주식 등 재산의 축적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직자 이해충돌’을 전수 검증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들의 공개된 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국회 토론회 중 토론자는 조 의원의 가족회사 언급, 조명희 의원은 회사 기술 활용 주문 

국민의힘 비례대표 17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조명희 의원. 경북대학교 항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를 지낸 지리정보공학 분야 학자다. 조 의원은 20년 전부터 지리정보시스템 즉, GIS 운영업체인 지오씨엔아이를 설립 경영해왔다. 주로 수자원공사, 해양수산부 등 정부나 공공기관과 용역을 맺으며, 한해 3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오씨엔아이는 주식 98%를 조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조 의원 일가의 가족회사다. 조 의원의 딸이 대표를 맡았다가 이후 남편 정 모 씨가 대표를 이어 받았고, 현재는 조 의원의 먼 친인척이 대표이사로 있다. 조 의원의 아들은 지오씨엔아이 사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조 의원은 이 회사를 비롯해 유앤지아이티, 경일텍 등 59억 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8월,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지자 조 의원은 직무관련성을 이유로 농협은행에 백지신탁했다.

그동안 조명희 의원은 이해충돌의 위험 없이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조명희 의원의 의정활동을 다시 확인한 결과, 조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 2021년 6월 16일, 조명희 의원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자기 가족회사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16일, 조명희 의원은 <대한민국 해양, 위성이 지킨다>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남모 해양연구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그런데 남 본부장은 발표 도중, 조명희 의원의 회사, 지오씨엔아이를 언급했다. 그는 “이 자료는 지오씨엔아이라고, 항공 관측 사진 오랫동안 활용해서 양식양을 추정하는 그런 기업에서 하는 것을 저희가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해안의 김, 미역 등 양식양을 측정하는 장비로 위성을 활용하면, 쉽게 양식어장을 관리할 수 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그 기술을 조 의원 회사 지오씨엔아이가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조명희 의원은 자기 회사를 다시 호명하며 웃었다. 이 자리에서 조명희 의원은 공공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이 양식어장 관측 수집에 위성 정보 기술을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남 본부장이 말씀하셨듯이 그런 현장을 항공 사진이 양식장의 정보를 제공하니까 수기로 하면 1년 걸리는 것을 바로 그 자리에서 한 며칠만에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KMI(한국해양수산 개발원)에서 해양분야, 연안 분야에서 여러 연구하시는데, 계획을 하시는 데에 위성이나 물론 드론도 있고, 공간정보 분야의 기술도 많이 활용해주시고...
- 조명희 국회의원 토론회 발언, 2021.6.16.

조명희 의원이 주최산 세미나에서 의원 스스로 자기 회사의 기술을 홍보하고, 국회 피감기관인 공공기관에 자기회사기술 활용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조명희 의원은 국회예산 880만 원을 썼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회사를 위한 영업활동을 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토론회 5개월 뒤인 2021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 해 예산을 심사 중인데, 갑자기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수산 관측 분야’에 5억 원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자 해양수산부는 “양식 어장 영상 판독 정보의 활용도 제고와 효율적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답하며 예산 요청을 받아들였다.

5개월 전, 조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발표자가 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종배 의원이 요청한 예산액 그대로, 양식어장 영상판독사업 5억 원을 배정해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용역을 발주했다. 그리고 이 5억 원의 정부 사업은 2년 연속으로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를 포함해 3개 업체가 가져갔다.  

지오씨엔아이가 문제의 용역을 계약을 체결한지 2주가 지난 뒤, 조명희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요청한 같은 당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종배 의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조명희 의원이 고액 후원한 500만 원은 예결위 예산 요청의 대가가 아닌지 물었으나, 이 의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조 의원의 회사 지오씨엔아이가 양식어장 판독사업을 따낸 2주 뒤, 조명희 의원은 관련 예산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던 이종배 의원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뉴스타파는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 어느 업체가 양식어장 영상판독 정부사업을 따냈는지 확인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지오씨엔아이가 연속 맡아오다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은 다른 업체가 맡았다, 21년부터는 다시 지오씨엔아이가 사업을 따갔다.

결국, 조명희 의원이 국회 토론회에서 자신의 가족회사를 언급하고, 그해 같은 당 의원이 관련 예산을 요청한 이후, 다시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가 사업권을 가져간 것이다.

▲조명희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자기 회사 기술 활용을 주문한 뒤, 그 다음해 2년간 관련 사업을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가 사업을 따냈다. 

홍수 산사태 대비 위성 활용 국회 토론회 후 조 의원의 가족회사 7억대 정부사업 따내

조명희 의원의 이해충돌은 또 있다. 지난 2020년 8월. 조명희 의원은 GIS와 공간영상을 활용해 홍수와 산사태를 극복하자는 비대면 토론회를 열었다. 사실상 자기 가족회사가 진행해온 수자원 정보화 사업 기술을 활용하자는 내용의 토론회였다. 2015년과 2016년, 지오씨엔아이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시스템 기능 고도화 사업으로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토론회 개최 비용으로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350여만 원을 썼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해 배정된 국회 예산이다. 

앞으로 여기서 논의되는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국회 상임위 의원님들과 나은 정책, 나은 법 활용에 관련돼 제도들을 정비하고 발의하는 데 앞장을 서도록 하겠습니다. 
- 조명희 의원 토론회 발언, 2020.8.31.

그 이듬해인 2021년 11월, 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받은 이종배 의원은 또다시 수자원 정보화 구축 및 운영 사업으로 7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당초 2억 원대였던 이 사업은 이종배 의원의 요청에 따라 7억 원 사업으로 증액돼 배정됐다. 그리고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와 다른 회사 한 곳이 이 용역을 따냈다.   

이해충돌 시비가 일자, 지난해 8월 조명희 의원은 지오씨엔아이 주식 58억 원어치를 모두 백지신탁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 의원의 주식은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았고, 국회 의원회관 농협출장소에 보관돼 있다. 이렇게 팔리지 않고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조 의원은 회사의 주식을 그대로 되찾아 간다.

농협은행 측은 백지신탁을 맡긴 주식의 매각은 거의 되지않고 있다면서, 백지신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털어놨다. 

▲ 농협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백지신탁의 주식 매각 등) 사업이 안 되다 보니까 지금 농협밖에 안 하고 있다. 타은행들도 괜찮은 사업이면 다 하려고 했겠죠. 사실 수익이나 이런 거는 별로 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만약에 변동 없었고 임기가 끝나거나 아니면 직무랑 관련이 없는 걸로 이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처리를 해준다고 하면은 그럴 때는 (주식을)찾아가시게 되는 거고요...(중략)(백지신탁)사업이 안 되다 보니까 지금 농협밖에 안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타은행들도 괜찮은 사업이면 다 하려고 했겠죠. 업무적으로는 부담이 있는데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수익이나 이런 거는 별로 나는 건 없어요. 

- 농협은행 신탁부 담당자

공직자윤리법, 제2조 2항.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는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지만 어쨌든 포괄적으로 이해충돌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국회의원 같은 경우는 이해충돌 문제를 일반 행정부 공직자하고는 다르게 봐야 되고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윤리를 담당하는 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그래서 독립기구 같은 게 필요한 게 지금 현실입니다.
-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이번 국회의원 이해충돌 취재와 관련해 조명희 의원은 답변서를 보내 “지오씨엔아이는 사업을 오래 해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법하게 입찰했다”며 국회 토론회로 중앙 부처의 공모사업 수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개인적 친분으로 이종배 의원에게 고액 후원했으며, 해당 사업 예산 증액 요청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 회사 매출과 직원 수가 1/3로 줄었으며, 의정활동과 회사 간의 이해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교수 시절, 조명희 의원은 대학과 지자체 등에서 억대의 벤처지원금 등을 받아 제자들과 공동 설립한 기업인 지오씨엔아이를 가족기업으로 운영해 왔으며, 국립대 교수가 된 뒤에는 영리업무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4조(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를 위반한 의혹이 드러난바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시행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다섯 곳(경실련, 세금도둑잡아라,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과 함께, 재산공개제도의 허점을 고발하고 대대적인 정비를 촉구하는 “히든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영희, 국회법 어기고 일가족 위한 법안 발의' 보도 보기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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