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이라 징계된 교사들…강원교육감은 복직 약속 지켜라

한겨레 2023. 5. 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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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합의 불이행·약속 파기·경찰 폭력 사주 도 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강릉 유천초 공대위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교육 당국을 규탄하며 신경호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권영국 |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

스승의 날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를 표류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 강원 강릉시 유천초등학교에서 징계를 당한 3명의 선생님이다.

지난해 7월1일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던 이들 교사를 찾아 올해 3월1일 정기인사에서 유천초로의 복직을 포함해 강릉 지역 전보 발령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기인사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약속 이행을 손꼽아 기다리던 선생님들은 도리어 공동퇴거불응죄의 형사 피의자로 전락해 수사를 받고 있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20년 3월1일 유천초는 개교와 동시에 강원도형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혁신학교 운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발생하자 강원도교육청은 업무 정상화를 위한다며 컨설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 약속과는 달리 짧은 컨설팅 직후 감사로 전환해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하고 혁신학교 운영에 적극적이었던 교사 3명을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리고 정직 1월과 견책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징계 사유 대부분이 무엇인가를 ‘요구’ 또는 ‘주장’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혁신학교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요청한 것이 징계 사유로 둔갑한 것이다.

이에 징계 교사들을 포함한 지역 시민단체들은 강원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 취소와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고 2021년 11월부터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교육감으로 당선된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취임 당일인 7월1일 천막 농성장을 찾아와 단식농성 중이던 교사들을 위로하고 “유천초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징계교사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유천초로의 복직을 포함한) 인사 조치를 한다”고 합의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신경호 교육감, 취임 첫날 전교조 유천초분회 농성 전격 해결, 현장 찾아 농성 중단 대화로 합의’라는 제목으로 신임 교육감의 소통능력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징계교사들을 포함한 공대위는 합의 내용인 인사 조치와 관련해 강원도교육청과 8차례 협의 자리를 가졌다. 그 가운데 3차례는 교육감이 동석한 자리였다. 그런데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전 면담에서 확답한 내용들이 번복됐고, 그 결과 올해 3월1일치 정기인사에서 배제됐다. 교육감은 정기인사발령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질의에 대한 교육부의 답변이 오는 즉시 3월 이내 비정기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지난 3월27일 교육감은 비정기 인사에 대한 최종 확인을 위해 스스로 면담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교육감은 이번에도 약속을 깨고 면담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춘천경찰서 경찰들을 동원해 교육감실 앞에서 면담을 기다리고 있던 징계교사들을 공동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연행하게 하고 형사 피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적반하장이 도를 넘었다.

신경호 교육감은 정기인사 약속을 파기한 데 이어 비정기 인사조차 법적 검토를 핑계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교육감의 권한으로 비정기 인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강원도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칙’ 제10조 제1항에 ‘전보계획은 정기인사 시 수립하여 실시하며, 정기인사는 교사는 매년 3월1일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교육감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따로 정하여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정기 인사 또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강원도교육청은 이들 징계교사의 비정기 인사에 대한 법적 자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호 교육감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말하기 전에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자신이 한 공적 합의를 깨뜨리면서 교육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5월이 가기 전에 부당하게 징계 받은 교사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복직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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