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퇴임 후 처음, 전두환 일가 처음…광주의 문재인과 전우원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5. 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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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참배 이전에 추모식이 엄수됐는데요, 추모식에는 전두환 씨 손자 우원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원 씨는 가족 중 유일하게 5·18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는데요, 추모식 참석도 전두환 씨 가족 중 처음입니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첫 광주행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전 방명록에 '5·18 민주정신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겼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참배단에서 헌화와 분향으로 영령들의 넋을 기린 뒤 묘역으로 이동했는데요, 고 문재학 열사, 고 한승헌 변호사, 고 이한열 열사 등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특히 문 열사 묘소에서는 무릎을 굽혀 묘비를 어루만지고 문 열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언급하며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문 열사는 광주상고 1학년에 다니던 중 최후항쟁이 벌어진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습니다.


민족민주열사 묘역(구 망월묘역)도 참배했는데요, 민족민주열사 묘역 출입로 바닥에 묻혀있는 이른바 '전두환 표지석'은 밟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전두환 표지석은 전 씨가 1982년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1989년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묻어놓았습니다.

오후에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두환 표지석'을 밟고 지나간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참배 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졌다"며 "전 국민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렇게 누리는 것도 5·18 항쟁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두환 씨 손자 우원 씨도 광주에 있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전 씨와 만날 계획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전우원, 가족 중 처음으로 추모식 참석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배한 문재학 열사 묘소는 전두환 씨 손자 우원 씨가 지난 3월에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우원 씨는 무릎을 꿇고 입고 있던 겉옷으로 묘비를 닦았습니다.


이때 문 열사 어머니 김길자 씨는 전우원 씨에게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가슴에 묻은 아들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전우원 씨는 이때가 첫 광주 방문이었는데요, 5·18 묘지 참배하고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다시 찾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전 씨가 오늘(17일) 다시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전두환 씨 가족 중 추모식에 참석한 건 처음입니다. 추모식은 5월 18일에 열리는 국가 기념식과 별개로 5·18 유족회 주관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전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 씨는 유족들에게 허리를 굽히며 여러 차례 사죄했습니다. 유족들은 전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왔다", "할아비와는 다르다. 이렇게 또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전 씨는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한 손자'라는 할머니 이순자 씨의 질책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제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떠한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더 각광받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 자랑스럽지 않아"

할머니 이순자 씨의 반응은 지난 9일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사랑해요 할머니'라는 전우원 씨 안부 메시지에 대해 이 씨가 싸늘하게 반응한 거죠.


이 씨는 "너의 기억의 출처는 모두 16년 전 우리 집을 떠난 너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인 듯하니 한 번 물어보렴"이라며 "마약에 손을 대고 해롱거리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라고 꾸짖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하도록 해라"라고 질책을 이어갔습니다.

할머니 이 씨의 꾸중에 대해 전우원 씨가 오늘(17일) "제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반응을 보인 겁니다.

근데 이순자 씨의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이라는 표현은 전두환 씨 최측근인 장세동 씨의 표현과 흡사합니다.

장 씨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전우원 씨는) 그때(1980년 5월)는 (태어) 나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 자신의 느낌을 얘기한 건데, 그걸 (나와) 연계시켜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 것), 그건 말이 안 된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5·18과 관련한 사과 용의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할 필요도 없고 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됐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전우원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릴 때) 집에서는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는 교육을 받았다"라고 했는데요, 전두환 씨 일가와 전두환 씨 측근들에게는 그런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 국회의원 일제히 광주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오늘(17일)과 내일 일제히 광주로 향하는데요, 국민의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광주행 KTX 특별열차'를 편성해 내일 출발한다고 합니다. 징계받아 '당원권 1년 정지' 상태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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