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정채용법' 추진 속도…尹 '노동개혁' 지원사격

'채용비리 처벌' 등 강화…의총 통해 당론 채택
적용범위 놓고 野와 이견…"악용 가능성 검증할 것"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당이 17일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인 '노동개혁'을 지원한다는 취지이나 일부 내용에서 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공정채용법과 관련해 "미래를 위한 개혁 입법"이라며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대한민국의 공정을 한 단계 높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채용법은 국민의힘이 당 노동개혁특위를 통해 마련한 법으로 ▲채용거래, 채용강요 등 처벌 강화 ▲채용 관련 부정행위 시 형사처벌 ▲부정 채용 시 채용 취소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등 채용갑질 금지 ▲근로감독관의 채용 관련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임이자 노동개혁특위 위원장(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채용비리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규율하다 보니 명백한 비리 행위도 처벌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공정채용법을 통해)앞으로는 채용비리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전날(16일) 국무회의에서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법안을 낼 것"이라며 당의 공정채용법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가운데) 위원장석 방향으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여당이 공정채용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번 '주69시간제(주52시간제 개편)' 논란을 만회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69시간제로 청년층의 지지를 잃었던 것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여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고용세습, 채용 불공정 이슈에 청년들이 굉장히 민감해하지 않느냐"며 "공정채용법은 단순히 채용 비리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면접 시 신상정보 요구 등 채용 관련 불공정 요소를 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청년들이 적극 호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공정채용법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여당은 공정채용법을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30인 미만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면 소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청년은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며 "할 거면 모든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적용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 국내 30인 미만 사업장은 약 96%에 해당한다.

또한 야권에서는 여당의 공정채용법 추진이 '노동조합 때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그동안 잘못된 노사문화와 채용 관행을 바로잡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공정채용법과 함께 노동조합 회계 공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노동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야당 환노위 관계자는 "고용세습 등 일부의 사례를 정부·여당이 노조 탄압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막을 것"이라며 "공정채용법도 환노위 심사 단계에서 노조 탄압에 악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야권은 노조의 합법 파업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