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갑질 저격' 허정민의 소신발언이 겨우 하소연·무용담? [Oh!쎈 초점]
[OSEN=장우영 기자] 배우 개인의 소신을 담은 용감한 발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개인의 ‘무용담’ 또는 ‘하소연’일까.
배우 허정민이 이틀 연속 작품 캐스팅과 관련한 말을 쏟아놨다. 허정민은 KBS2 새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 출연 불발과 관련해 ‘적절한 해명’과 ‘이유’, ‘사과’를 듣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허정민은 “두 달 동안 준비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허정민 배우 싫다고 까버리시네. 얼굴도 못 뵈었는데 왜. 제가 못생겨서인가요. 싸가지가 없어서인가요. 연기를 못하나요? 준비 기간 2개월과 앞으로의 나날들은 어찌됩니까. 나 참으려다가 발설해요. 세상 변했어요”라며 “깔 때는 적절한 해명과 이유, 사과가 있어야 하는거야. 이 꼰대들아. 이 바닥에서 제명시키겠다 부들대겠지. 그럼 너 진짜 XX 꼰대 인증. 안녕”이라고 말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측은 해명했다. 그들의 해명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김형일 감독과 허정민이 단 한 차례 미팅을 가졌다. 하지만 논의 결과 극 중 캐릭터와 배우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러 2주 후인 4월 중순 매니지먼트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측은 “작가는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배우 본인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허정민은 “나한테도 이러는데 신인 꼬맹이들한테는 무슨 짓들을 할까. 너구리 트라우마 생기게 괴롭힐거야. 또 지우지 뭐. 이민 가자 주섬주섬”이라고 말한 뒤 제작진의 입장을 확인했고, “정리를 하자면 처음에는 캐스팅이 됐는데 작가님의 개입은 없었고 그냥 제작진의 판단으로 캐스팅을 무산시킨거고 저는 뒤늦게 통보를 받고 XX놈처럼 글 올리고 난리 부르스를 친 거네요. 제작진 배우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제가 많이 모자랐습니다.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제작진의 깊은 유감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안녕하시길. 결국 사과는 1도 없네”라고 적었다.
허정민은 이튿날인 17일, 다시 한 번 캐스팅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 이맘때 KBS 드라마 미니시리즈 대본 리딩실을 기쁜 마음으로 뛰어 갔었다. ‘이 드라마로 빚을 갚겠다’, ‘성공하겠다’, ‘내 꿈이 이제 이뤄진다’ 했지만 3층 복도에서 낯선 사내가 나와 고배우의 뒷덜미를 붙잡고 구석 골방에 끌고 갔었고, ‘내 이 드라마 제작 회사 대표인데 내가 잠깐 해외에 출장 갔을 때 너희 같은 놈들을 감독 마음대로 캐스팅해서 열이 뻗친다’ 하더라”며 “그리고서는 나의 손때 묻은 대본, 고배우의 대본을 그 자리에서 빼앗더니 ‘이거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야. 나중에 잘 되어서 다시 와’ 하는데 내 역할은 나중에 보니 아이돌이 하더라. 힘이 없던 고배우와 나는 KBS 옆 술집에서 엉엉 울며 술만 냅다 마셨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라는 놈한테 대본을 뺏기지 않으려는 고배우의 손떨림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10년이 지났는데 솔직히 나의 작은 돌멩이가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다. 하루 종일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뭐 기왕 이리 된 거 그냥 하소연 좀 하려고. 적당히 좀 해라 제발. 그 고배우는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배우가 되었고 난 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허정민은 ‘믿음과 용기 당당하게’라는 말을 더했고, 10여년 전 제작사 대표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고배우’의 실명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해당 배우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한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캐스팅 문화와 관련해 꼬집으며 소신발언을 한 허정민과 반대로 소속사의 대처는 소속 배우와는 사뭇 다르다. 16일 허정민이 이유 없이 강제 하차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소속사는 “금일 새벽 허정민 배우의 SNS 전문을 인용한 기사가 게재되었으나, 이는 정확한 사실이 전혀 아니며, 단순한 개인의 하소연에 불과한 글이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므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17일 허정민이 10년 전 일을 언급하며 캐스팅 문화를 지적하자 소속사는 “이날 올린 글은 폭로성 글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무용담 수준의 개인 글”이라며 “회사 차원에서의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허정민의 소신발언을 소속사는 ‘하소연’, ‘무용담’ 정도로 여기며 일을 덮으려 하고 있어 의문을 자아낼 뿐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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