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한전發 '도미노 쇼크'···상장사 영업익도 반토막 났다
영업익 전년比 28조 줄어든 25조
622개사 중 76개사는 적자 전환
운수장비·기계 등 5개 업종만 개선
증권가 "순익 바닥 다져" 전망도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와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이 어닝 쇼크를 맞자 코스피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8조 원 넘게 급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3조 원 넘게 줄면서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률도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3.61%로 주저앉았다. 또 76개사가 적자 전환하는 등 코스피 상장사들의 기초 체력이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622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3조 2592억 원)보다 52.8% 줄어든 25조 1657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28조 원 줄어든 것이다. 상장사들의 순이익도 전체 44조 5203억 원에 달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 57.7%(25조 6779억 원) 급감한 18조 842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급감했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5.69% 증가한 697조 3744억 원을 기록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매출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3.61%로 지난해 1분기(8.0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순이익률 역시 지난해 6.75%에서 2.70%로 4%포인트 넘게 급감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의 9%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를 기록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4조 1214억 원에서 95% 급감한 6402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이 수조 원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점도 이익 감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전의 1분기 영업적자는 6조 1776억 원에 달했다.
삼전과 한전을 빼더라도 실적은 저조했다. 삼전과 한전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12조 3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 늘었지만 영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조 7031억 원, 22조 1791억 원을 기록하면서 34.6%, 43.3% 감소했다.
상장사들의 이익 규모가 줄면서 적자 늪에 빠진 기업들도 덩달아 늘었다. 1분기 152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33개사)보다 19개 늘어난 것이다. 전체 상장사 중 적자 기업 비율은 24.44%로 4곳 중 1곳이 적자에 빠져 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12.64%에서 3월 말 기준 114.85%로 2.20%포인트 늘면서 전체적인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업종별로는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관련 상장사가 포함된 운수장비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4.56% 증가했다. 이 밖에 기계(73.64%)·비금속광물(25.98%) 등 총 5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해운·항공사들로 구성된 운수창고의 영업이익은 60.37% 급감했다. 철강금속(-55.89%)·화학(-41.61%) 등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 총 12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일부 회계 계정이 일반 상장사와 상이해 분석에서 제외된 금융업의 이익 규모는 크게 늘었다.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 42개의 연결 기준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57% 증가한 15조 31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칼을 빼 들면서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1분기 증시의 거래 규모가 늘면서 증권업의 영업이익이 28.1% 증가한 1조 5886억 원에 달했고 보험 업계 영업이익도 16.3% 증가한 4조 27억 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수출·환율 등 대외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확률이 낮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지는 못해도 단기적으로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증권가의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는 상향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 235개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대비 1.33% 오른 170조 6064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직 바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수치상으로 개선되더라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일 개연성이 큰데, 질적으로 좋은 실적 개선세는 아니며 추후 공급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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