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똑똑하게 쓰는 법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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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아이디어를 줘." 인공지능은 나쁘지도 썩 좋지도 않은 문구들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내가 인공지능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나는 모아놓은 자료를 소화시키는 일에 인공지능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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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까?
처음엔 나도 챗지피티를 영감을 주는 도구로 써봤다. “○○에 대한 아이디어를 줘.” 인공지능은 나쁘지도 썩 좋지도 않은 문구들을 내놓았다. 화두를 던져주듯 말이다. 그런데 화두를 보고 아이디어로 풀어내는 일은 어차피 나의 몫이다. 무작위로 단어들을 조합해주는 간단한 아이디어 생성기를 나는 예전에 코딩해본 적 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 이 원시적인 생성기를 쓰는 게 편하다. 물론 챗지피티가 편하다는 분이 많으실 터.
예전에 나는 영감을 받는 딱 떨어진 규칙이 있고, 누구나 실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자신이 없다. ‘어떤 사람은 어렵게, 어떤 사람은 쉽게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요즘은 생각한다. 플라톤은 대화편 <이온>에서 영감을 얻는 일이 이성을 통해 지식을 얻는 일과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인공지능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즐겨 쓴다. 다만 영감을 받는 일보다 영감 받기 전과 후에 사용한다. 먼저 나는 모아놓은 자료를 소화시키는 일에 인공지능을 쓴다. 움베르토 에코가 한 이야기가 있다. 복사기가 보급된 이후에 사람들이 자료를 복사만 해놓고 자기가 그 글을 읽었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뜨끔한 이야기 아닌가? 인터넷 시대다. 논문을 피디에프(PDF)로, 외신 자료를 북마크로 저장해놓고, 마감 때까지 다 읽지도 못하곤 했다. 요즘은 인공지능으로 요약해 먼저 읽은 뒤 원자료를 읽는다. 읽는 품이 줄었다. 내용을 정리할 때는 챗지피티에 “○○에 관한 여러 논쟁”이나 “○○의 여러 비밀” 등을 영어로 묻고, 한국어 번역을 인공지능에 맡긴다. 팩트체크도 인공지능 검색으로 가능하다.
영감을 받은 다음 작업을 내보낼 때도 인공지능은 요긴하다. 그림을 그릴 때 편하다. 영감을 주는 ‘무사’ 여신(영어 이름으로 ‘뮤즈’)을 기계의 모습으로 이번에 그려보았는데, 인공지능 스테이블디퓨전을 이용하니 습작이 편해졌다. 퇴고할 때도 좋다. 챗지피티한테 “글을 다듬으라”고 부탁한다. 기계스러운 문체가 된다는 점은 문제.
튜링 테스트(기계의 지능이 인간처럼 독자적인 사고를 하거나, 의식을 가졌는지 인간과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시험법)를 거론하며 기계와 인간이 구별 없는 시대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던데, 아닐 것 같다. 인공지능이 쓴 글과 인간의 글을 구별해주는 사이트도 여러 군데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은 다른 일을 잘하는 서로 다른 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써보니 일하는 시간이 확실히 준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일해야 살아남는다는 의미도 된다. 나 같은 원고 자영업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미래가 쨍하고 밝지만은 않다.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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