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출생아수도 5년새 20% 뚝···인구절벽 '보루' 무너진다
다문화 출생아 비중 5.5%로 하락
이주민 거주지역 韓人 줄이탈 등
국민 수용성은 갈수록 뒷걸음질
논의만 많고 정책적 보완은 부족
다른나라 이해하는 교육 이뤄져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그나마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주던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막연히 이주 노동자 등 다문화 가정을 우리나라 저출산의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국민들의 낮은 포용력, 효율성 없는 지원과 대책이 다문화 출생아 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간다면 한국의 유일한 저출산 대안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가정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5.2%에서 2021년 5.5%로 증가했다. 특히 2020년에는 6.0%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인구가 더 빨리 감소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출산뿐만이 아니다. 2010년 병역법 개정 이후 다문화 출신자들이 군에 입대하는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군에 입대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수가 지난해 5817명에서 2034년 1만 8934명까지 3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문화 자녀의 입대 증가는 2030년 전체 군 병력의 5%가 다문화 장병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다문화 가정의 전체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는 1만 4322명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5년 전(1만 8440명)과 비교하면 2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 소멸의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산 감소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주 노동자 등 다문화 가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의 포용력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1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이 코로나를 거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1년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8년 대비 0.54점 떨어졌다. 2015년 53.95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2021년 71.39점으로 2018년에 비해 0.17점 상승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인권 의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다음 집단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항목에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된다고 답한 비율이 2021년 37.5%에서 2022년 36.2%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지역사회의 이주민 거주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1%인 약 7만 9000명이 외국인으로 이뤄진 대표적 다문화 도시 경기도 안산에서도 원곡동은 2023년 기준 외국인 비율이 82%에 육박하는 다문화 마을이다. 원곡동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안산 원곡초는 한국인 학생의 비율이 3%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인 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한국인 학생들이 오히려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속에 한국인 학생들을 인근 지역의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인 학생들의 전학이 이어지면서 개교 70주년을 코앞에 둔 원곡초는 곧 국제혁신학교로 새 출발한다.
황은화 안산시의회 문화복지부위원장은 “정책 논의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세밀한 정책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이주민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체감되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황 부위원장은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다”며 “소통의 경로가 부족한 것과 함께 다문화 단체의 단체장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이뤄진 것도 이주민의 목소리가 정책 논의 과정에 전달되지 않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여전히 다문화 교육이 ‘수박 겉 핥기’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산청소년의회에서 활동한 손정현(19) 씨는 “중학교 때는 다문화 관련 수업이 있기도 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을 한다면 예전과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씨는 “다문화 교육 하면 떠오르는 문화 교육보다는 실질적으로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베트남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보고 그 나라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그 나라를 바라볼 수 있는 실질적인 다문화 교육이 이뤄졌을 때 그 나라 출신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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