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홀’ 개관공연 앞둔 부천필 장윤성 지휘자…“오르간 매력 들려드릴 것”

강푸른 2023. 5.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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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장윤성 상임 지휘자.


국내 최고 수준의 클래식 전용 홀을 목표로 지어진 부천아트센터가 모레(19일) 개관합니다. 지자체 건립 공연장으로는 처음으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을 설계한 영국의 애럽(ARUP)사가 음향 설계를 맡는 등 천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클래식 전용 공연장입니다. 무엇보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며 안정적인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베를린필이나 빈 필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전용 공연장을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대부분 오케스트라에 전용 공연장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국내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시향도 공연마다 예술의전당이나 롯데콘서트홀을 대관해 쓰고 있는데요. 모레(19일) 개관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오늘(17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장윤성 상임 지휘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래 기다려 온 전용 홀이 드디어 개관을 앞두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오케스트라가 상당히 많이 만들어졌고 또 많은 발전을 해 왔다. 과거와 비교하면 연주 횟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늘었는데, 그러면서 항상 필요했던 것이 우리한테 맞는 공연장, 또는 우리가 항상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다. 최근에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라는 개념으로 공연장이 여러 군데 생기긴 했지만, 사실 그 전만 하더라도 다목적 홀에서 음향 판만 세워놓고 하는 공연이 많아 음향적으로는 굉장히 안 좋았다. 외국의 경우 다 콘서트 전용 홀이 있고, 또 그 안에 상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따로 있어서 항상 부러웠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 같은데, 음악가들이 꿈꿔왔던 모델을 시작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

―19일 개관 공연에서는 프로그램 시작과 끝을 슈트라우스의 '오르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축전 서곡'과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 피날레로 장식한다. 어떻게 선곡한 곡인가.
= 부천아트센터 홀의 제일 중요한 상징 중 하나가 파이프 오르간이다. 4천5백 개가 넘는 파이프로 이루어진 이 악기를 조금 더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외국은 전용 콘서트 홀에 거의 대부분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 자유자재로 많은 레파토리를 연주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르간이 들어가는 곡이면 전자 오르간을 대여해야 했다. 이번엔 콘서트 홀에 갖춰진 파이프 오르간과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융합하면 어떤 음향이 나는지를 청중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오르간'하면 많은 분이 가장 잘 알고 계시는 곡인 생상스의 교향곡 3번 등 대표적인 곡을 처음과 마지막 곡으로 골랐다. 앵콜 곡으로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준비했다. 아주 많이 알려진 곡이지만, 곡 마지막에 오르간이 들어가 있다는 건 많이들 모르실 거다. 이번엔 원본 악보 그대로 감상하실 수 있게 준비했다.

오늘(17일)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르간만의 매력을 설명한다면.
=일단 거대하고, 소리가 웅장하다. 볼륨이 크다는 개념보다는 음폭이 넓다. 건반 하나당 파이프가 하나 있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여기 있는 오르간만 하더라도 파이프가 4천5백 개가 넘는데, 건반은 4천5백 개가 아니지 않은가. 한 음을 가지고도 아주 많은 음정을 내는 파이프가 있는 것이다. 곡에 따라서 음폭을 몇 배로 넓게 소리를 냈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도 연주할 수 있고, 굉장히 깊은 저음부터 아주 높은 고음까지 들려준다. 역동적이면서도 때로는 굉장히 순수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가진 훌륭한 악기다. 일반 오케스트라의 음역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을 가진, 굉장히 다재다능한 악기이다 보니 우리하고도 얼마나 조합이 되는지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과 롯데콘서트홀도 파이프 오르간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 조금 멀리 있거나 한쪽 벽에 설치돼 있어서 연주자들에게 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우리는 가까이 있으므로 서로 간의 융합 등은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리허설 과정에서 느낀 새 공연장만의 특징이 있나.
=무대 위 이중 구조의 음향 반사판이다. 6개의 대형 조각과 50여 개가 넘는 조그만 반사판들이 있다. 전부 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작품의 특징에 따라 음향 판의 배치를 달리해 공연하기 편하게, 또 듣는 관객들도 편하게 최적의 음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주 소규모의 실내악부터 낭만 시대의 대규모 편성 등 곡에 맞춰 어떻게 설정해야 가장 최적의 음향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해 이미 10가지 정도의 샘플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오늘(17일) 공연 리허설 중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장윤성 상임 지휘자.


―2021년 6월 취임 이래 임기를 반 이상 넘겼는데, 그동안 부천 필과 호흡을 맞춰 온 소감은.
= 그동안 부천 필을 아껴주신 분들 가운데 잘 모르고 계셨던 것 중 하나가 굉장히 열악한 상태에서 연습했다는 점이다. 층고가 낮고 또 중간중간에 기둥이 있는 곳에서 30여 년을 연습했다. 그런 환경에서 연주하는 교향악단은 다 안 좋은 점들이 생기게 된다. 음향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자연스러운 하모니보다는 소리를 조금 더 강하게 내야만 전달이 된다던 지. 그래서 전용 홀이 교향악단 발전에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는 조금 더 자연스러우면서 훨씬 더 열린 소리를 내고, 서로 배려하며 연주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는데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고 본다. 이를 잘 이겨내면 더 좋은 교향악단으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처음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번 말씀드린 적 있는 것 같은데, '부천필' 하면 레파토리가 좀 편중돼 있다는 인상이 있다. 말러, 브람스, 브루크너 등 이 쪽으로만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은. 그러나 기량으로 봤을 때 말러와 슈트라우스, 부르크너를 잘하는 교향악단이 절대로 다른 음악을 못 할 수는 없다. 부천필의 연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잘 연주하지 않는 곡들을 더 소개하고 싶다. 올해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웬만하면 오르간이 다 들어가 있는데, 그만큼 여태까지 놓쳐 왔던 레파토리를 넓혀나가는 게 목표다. 새 홀로 이사를 왔으니 일단 1년 정도는 이곳에 맞는 앙상블을 파악하며 과거의 나쁜 습관이 있다면 빨리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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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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