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전문대서 간호조무사 딸까?" 특성화 교사들의 일침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전문대 간호조무과 개설 시도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특성화고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간호과 교사들이 17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동식 교실을 마련하고,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시위를 병행했다. 이들 단체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전문대 내 간호조무과를 개설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 민원과 개인 청원운동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와의 연계 △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연대 △직업교육 단체들과의 연대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연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장은 "간호법을 무산시키기 위해 '불쌍한' 간호조무사협회를 활용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간호조무사협회장의 정치 언동이 대다수 간호조무사협회 회원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 아니며, 회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김희영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장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특성화고 간호과와 학원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문대에 진학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얻어야 할까"라며 "'학력 제한 철폐'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아주 정의로운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그 칼끝이 특성화고 간호과 학생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전국직업계고간호교육교장협의회와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가 이날 낸 성명서 전문이다.
<특성화고 간호과 교사들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 사랑하는 제자들아, 민주시민이 돼라!! -
특성화고 간호과 교사들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제자들이 자신의 진로희망이었던 간호조무사가 돼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간호조무사협회는 전문대조차 반대하는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를 주장하며, 의료법에도, 간호법에도 어디에도 없는 '간호조무사 자격 고졸 이하'라는 가짜뉴스로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였다.
직업 의식이 부족한 일부 언론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자격 미달의 일부 국회의원들조차 간호법을 무산시켜 힘센 이기적 집단을 옹호하기 위해 '불쌍한' 간호조무사협회를 활용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할뿐이다. 간호조무사협회장의 정치 언동이 대다수 간호조무사협회 회원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 아니며, 회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우리는 2000여 명의 간호조무사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설문 조사결과도 발표한 바 있고, 5월 15일부터 시작한 '전문대 간호조무과 반대' 서명에 5만 명 이상이 동의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특성화고 간호과와 학원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문대에 진학해 비싼 수업료를 내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얻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텐데 굳이 이분법적 잣대로 '학력 제한 철폐'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아주 정의로운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그 칼끝이 특성화고 간호과 학생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간호조무사협회장의 악의적 프레임을 그대로 대변해서 장관까지 가짜뉴스의 확성기 기능을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특성화고 간호과 학생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걸 지켜보기만 하는 교육부, '간호조무사의 학력 상한을 철폐'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종성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 후보 시절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직역 간의 갈등 해소'라는 대통령. 그들의 그럴듯한 말에는 특성화고 간호과 학생들과, 조금은 고되더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싶은 간호학원생들의 눈물과 희생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 아닌가? 정부 여당은 '약자'를 위한 결단인 것처럼 하고 있지만 진정 약자 중에 약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인 것을 부디 제대로 알기 바란다.
이제 우리 특성화고 간호과 교사들과 교장단은 8일간의 국회 앞의 원격 교실과 이동 교장 집무실을 다시 교단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교단에 가서도 특성화고 간호과 학생들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문대 간호조무과 시도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싸움은 훨씬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지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는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 공정하고 평화로운 행복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중심에 놓일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민주시민이 돼라!!
2023년 5월 17일
전국직업계고간호교육교장협의회,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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