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혈세 축내고 소리없이 증발···'공공'플랫폼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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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법은 공공기관이 민간 서비스와 중복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이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지자체들이 직접적으로 민간 플랫폼을 대체하겠다는 목적으로 음식배달, 택시호출 등의 서비스를 만들어 개선 권고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이 꼭 해야 하는 일 외에는 공공플랫폼이라 부르지도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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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고
특정 목적 앞세워 균형감 상실
공공이 해야 할 일인지도 의문
직접 뛰어들기보다 조력자 돼야
공공데이터법은 공공기관이 민간 서비스와 중복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공이 원래 하도록 되어 있는 일은 예외다. 그래도 해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앱서비스 수십여 개가 행정안전부의 조사와 심의를 거쳐 폐지 또는 시정 권고를 받는다. 공공이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불필요한 일을 한 것이고 당연히 혈세가 낭비된다.
지난 몇 년 간 지자체들이 직접적으로 민간 플랫폼을 대체하겠다는 목적으로 음식배달, 택시호출 등의 서비스를 만들어 개선 권고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데이터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도 운영주체만 민간으로 바꾸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의 편법운영을 하는 곳도 많다. 법적으론 민간이라면서 홍보는 지자체에서 한다. 마찬가지로 혈세 낭비다.
민간에서 활성화된 서비스에 공공이 뛰어드는 것부터가 문제지만, 정작 만들어진 서비스는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 대부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잘된다고 홍보하는 서비스들도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존속이 어렵다.
최근에는 변호사, 약사, 공인중개사 등 직역단체들이 ‘공공’플랫폼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해당 직역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자체를 반대하거나 직역단체가 직접 공공성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다. 직역단체 스스로의 예산으로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의 것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공공’플랫폼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시장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 플랫폼 서비스는 스타트업과 테크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하나의 성공적인 플랫폼 서비스 뒤로는 사라져간 수십 개의 서비스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서비스는 간단해 보여도 수백 명 이상의 개발과 운영 인력이 투입된다. 시장에서 이미 형성된 경쟁 우위를 공공이 따라잡기는 어렵다.
둘째, 플랫폼 운영의 목적 자체가 성공하기 힘들다. 플랫폼은 이용자와 공급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성장할 수 있다. 정보 비대칭, 공급자 우위 시장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이용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공급자에게도 투명한 거래 질서와 시장 확대 등의 이점이 있어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양쪽의 필요를 잘 수용하고 수렴하는 것이 플랫폼의 성공 요인이다. 대부분의 공공플랫폼은 태생적으로 ‘공급자 마인드’에서 출발하거나 ‘직역이익 보호’ 등 특정 목적이 앞서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셋째, 본질적으로 공공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 ‘소상공인 보호’, ‘소비자 보호’ 등의 목적을 달성해야지 시장에 직접 뛰어들 필요가 없다. 직역단체 역시 해당 직역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직접 소비자와 연결시켜주는 거래 주체로 나서는 것이 단체의 목적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플랫폼정부의 의미는 “정부가 (다양한) 플랫폼을 하겠다”가 아니라 “정부를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해야만 하는 모든 일을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만들어 민간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공이 꼭 해야 하는 일 외에는 공공플랫폼이라 부르지도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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