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식 리딩방 판치는데…금감원, 쉽게 손 못 대는 이유

선한결, 배성재 2023. 5. 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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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목 사라"는 리딩방, 난립 막기 어려워
'선의의 제보'에 기대야…주요 제보자에 작년 1억 포상도
플랫폼 기업도 "대화방은 사적 영역"

최근 주식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현행 규정·구조상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사후 대응’이기 때문이다. 예방 대신 투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조사·처벌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17일 국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개방형 채팅 서비스 오픈채팅에서 2000명 이상에게 ‘하트’ 표식을 받은 주식 관련 채팅방은 40여개에 달한다. 이중 다수가 특정 일당이 특정 종목을 정해 매수를 유도하는 일명 주식 리딩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은 이례적일 정도로 개인의 직접 투자 비율이 높은 국가”라며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돈을 벌어주겠다’는 얘기에 혹해 리딩방에 가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불법 리딩방이 난립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업자에겐 리스크가 적고, 기대수익은 높은 구조라서다. 이들은 대부분 카카오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을 비롯한 익명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이용자가 당국 등에 신고·제보 등 조짐이 보이면 ‘방폭(메시지 방을 폐쇄)을 ’하고 계정명만 바꿔 새 방을 만드는 등 처벌 위험을 쉽게 피해갈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리딩방을 비롯한 유사투자자문업 영업·운영이 개인간 사적 대화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한 내부자의 제보가 없는 한 금융감독당국이 조사나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 내부자의 선의에 의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작년 리딩방 불공정거래에 대해 구체적인 제보를 한 이들 두 명에게 총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인력상 한계도 크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주식’을 검색하면 수많은 방이 나온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가 모여 섹터·종목 관련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는 ‘스터디방’인지, 종목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띄우려는 리딩방인지 알려면 이들 방에 전부 가입해서 일정 기간 대화를 모니터링해야한다. 

단속 인력은 태부족이다. 금감원의 경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주가 조작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는 인원 수는 5명이 채 안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로 들어오는 불법 리딩방 관련 제보는 영업 문자 등 단순 스팸 연락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본인의 진입 시점 대비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주가 조작 주장을 제기하는 경우도 여럿이라 기존 인력으로는 제보를 추려 조사 착수 여부만 판단하기에도 버거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를 단속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꾸릴 예정이지만 인원 보충은 아직 검토 중이다. 

불법 리딩방 통로로 쓰이는 플랫폼 기업도 비슷한 이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유사투자자문 행위에 대해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오픈채팅에서 ‘주식 리딩’ 등 특정 문구 검색을 막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리딩방이 생기고 있어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채팅 대화방은 사적 영역으로 회사가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불법 리딩방 등에 대해선 이용자들의 신고를 기반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불법 리딩방 난립을 막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특정 자격이나 전문성, 최소 자본금 등을 증명하지 않아도 누구든 당국에 신고만 하면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이날 기준 2139곳에 달한다. 2019년 한 해 등록신고건수는 280건이었으나 작년 신규 등록건수는 459건으로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유사투자자문 관련 피해구제신청은 2809건에 이른다. 2017년(475건)에 비해 5년간 6배 급증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투자 경험이 별로 없는 고령자나 주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불법 주식 리딩방 등 시세조종 기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나 예산, 제도 등을 모두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선한결/배성재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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