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 4세대 아이돌이 말하는 18년 후의 나[창간기획]
전 세계에 일렁이는 K팝의 물결, 그 흐름을 이끄는 아이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일명 ‘4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2019년 이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전 세대 아이돌이 K팝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며 길을 닦아왔다면, 4세대 아이돌은 글로벌 시장에서 절정을 맞은 K팝의 새로운 기류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K팝신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이 커다란 물결의 중심에 서 있을까. 그중에서도 스포츠경향과 함께 2005년에 탄생한 Z세대 아이돌, 빌리의 시윤, 뉴진스의 다니엘, 엔믹스의 지우, 케플러의 강예서가 그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 18주년을 맞은 스포츠경향의 창간 기획에 함께했다.
2005년생 만 18세인 이들은 일생에 가장 밝고 명랑한 시절을 상징하는 ‘낭랑(朗朗) 18세’다. 그렇지만 혹독한 경쟁 사회 속 ‘낭랑’한 시절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이야기처럼 좀비나 괴생명체에 맞서 생존 전쟁에 나선 학생들의 모습이 현실과 겹쳐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요즘 아이돌 역시 그렇다. K팝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돌아가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더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 파도 위를 서핑 중인 네 명의 아티스트에게 들어봤다. 이들이 지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또 전쟁 같은 가요계에서의 생존법은 무엇이며 18년 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Z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이 전하는 속마음을 통해 K팝의 ‘넥스트 제네레이션’을 그려본다. (이하 답변은 생일 순 작성)
■‘반전주의’ 18세 청춘에게 소중한 것, #건강#감사#숙면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에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억도 소중해요. 좋은 기억도, 힘든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그 과정들이 현재의 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또 덕분에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게 되고요.”(시윤)
“1순위는 가족과 멤버들, 그리고 ‘버니즈’(팬덤명)죠! 그다음은 건강입니다. 팬들은 알고 계시지만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 뭐든 잘 할 수 있잖아요!”(다니엘)
“가장 소중한 건 팬들이죠. 오랫동안 꿈꿨던 데뷔를 하고 팬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엔써’(팬덤명)라는 의미 있는 이름으로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해요. 해외 쇼케이스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무대에서 팬들을 바라보고 교감할 때 벅찬 기분이 들어요. 언제나 따스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는 저의 소중한 이들에게 더욱더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요.”(지우)
“요즘은 잠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깊게 자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면 온종일 상쾌하고 맑아지는 느낌이라, 최근에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강예서)
■K팝 전쟁에서 생존하는 나만의 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경험을 돌이켜볼 때,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얻었던 건 이전의 나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발견했을 때였거든요. 자신을 객관화하는 연습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고,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진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시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환경에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저에겐 항상 곁에서 에너지와 행복을 채워주는, 네 명의 평생 친구들이 있잖아요. 음악이 저에게 ‘선샤인’이라면, 그 햇빛 속에 있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뉴진스 멤버들이에요. 그리고 뉴진스를 정말 사랑해 주는 ‘버니즈’까지 저의 엄청난 에너지원입니다.”(다니엘)
“데뷔까지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는데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 상황 속 때로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항상 저를 사랑해 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들, 멤버들, 팬들이 있어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아껴주는 것, 내가 나의 가장 큰 팬이 되어 주는 게 저만의 힘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 한 뼘 더 성장한 지우이기를 바라며,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지우)
“저는 긍정적인 의미로 욕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의지를 갖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쫓아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성장하는 모습과 늘 함께해주는 많은 ‘케플리안’(팬덤명)을 보면서 힘든 순간에도 주저앉지 않고 헤쳐나갈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강예서)
■아이돌에게 성인이 된다는 건…
“아직은 성인이 된다는 게 크게 실감 나지 않는데요. 성인이 되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함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빌리의 시윤으로는 지금보다 더 다채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면서, ‘빌리브’(팬덤명)에게 자랑스럽고 멋진 시윤으로 인사드릴게요.”(시윤)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신나요. 왠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 곧 성인이 된다는 게 좀 놀랍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의 저와 크게 차이가 나진 않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제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다니엘)
“성인이 된다는 게 아직은 조금 멀게 느껴져요. 올해 첫날, 스무 살이 된 설윤, 배이 언니를 멤버들과 함께 축하해줬는데요, 어색해하면서도 동시에 설렘이 느껴졌어요. 내년 1월 1일에는 멤버들이 저의 스무 살을 축하해 주겠죠? 성인이 된다는 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비중이 늘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는 것이니,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해요. 성숙한 사고를 하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변치 않는, 인간 비타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겠습니다.”(지우)
“성인이 된다는 게 설레고 떨리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것도 많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저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천천히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케플러 예서로서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더 폭넓은 음악, 그리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요.”(강예서)
■18년 후의 나, 그리고 K팝
“지금처럼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성취감이 있는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멤버들과 무대에서 계속 인사드리고 싶어요.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빌리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했으면 좋겠고, 듣는 분이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2023년에 들려드린 빌리의 이야기가 18년 후에도 감동으로 와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시윤)
“보통 저는 10년 후, 20년 후 이렇게 10년 단위로 저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해요. 18년 후에도 노래를 만들고 또 계속 부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여행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음악과 함께 할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을 것 같아요. 18년 후에도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이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무대가 많은 K팝신이 되면 좋겠어요.”(다니엘)
“저와 같은 꿈을 꾸는 10대들에게 닮고 싶은 선배이자 주변인들에겐 든든한 동료로 멋진 어른이 되면 기쁠 것 같아요. 가수로서도 춤과 노래는 물론, 제가 그리는 이상에 도달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래에도 지금처럼 긍정적인 자극과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K팝을 알리고 사랑받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많은 연습생이 최대한 고른 환경 속에서 소중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지우)
“초등학교 때 했던 ‘20살 때 나를 상상해보기’라는 숙제를 최근에 우연히 다시 보게 됐어요. 그 때 그렸던 제 모습이랑 지금 제 모습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18년 후에도 지금 제가 상상하는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많은 이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K팝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 행복, 위로를 전달할 수 있는 문화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케플러도 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강예서)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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