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터진 日 깜짝 성장 … 내수 못키운 韓 하반기도 암울
25년만에 年성장률 역전 우려
日 엔데믹 후 관광·소비 폭발
실적 기대에 외국인 자금 밀물
닛케이지수 '3만 돌파' 환호
韓, 지나친 수출 의존 한계
中리오프닝 효과 저조해 타격
첨단산업으로 체질개선 시급
일본 경제가 1분기에 0.4% 깜짝 성장하며 3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데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효과가 컸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가 살아났다. 내수 비중이 큰 일본 경제의 특성이 오히려 빠른 회복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당초 0.7%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던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1.6%로 뛰면서 올해 일본 경제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
반면 제조업 수출 위주 경제 구조인 한국은 아직 엔데믹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아 연간 1.5% 실질 성장률도 달성하기 버거운 상태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와 같은 경기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국과 일본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무려 25년 만에 역전된다.
17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성장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율 성장률은 1.6%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조사업체 퀵이 집계한 1분기 연율 전망치인 0.7%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을 1.3%로 예상한 바 있다. 1분기 일본 경제를 견인한 것은 GDP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다. 1분기 개인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하며 4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외식, 숙박, 교통 등 서비스 관련 소비가 폭넓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도 왕성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달해 해외 악재(대외수요 -0.3%포인트)를 상쇄했다. 세부적으로 가계 총소비가 0.6%포인트, 민간 주택 투자에서 0.2%포인트 늘었고, 기업 투자는 0.9%포인트 늘어 경기 훈풍을 이끌었다. 문제는 팬데믹 종식에 따른 경제 효과가 늦어지고 있는 한국이다. '상저하고' 경기를 기대하는 정부와 달리 반도체 수출 급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으로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게 흘러가면서 하반기 경기 둔화 추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 지난달 대중 수출은 1년 새 26.5% 급감해 주요 지역 중 하락률이 가장 컸다. 중국에서 반도체(-31.8%) 석유화학(-23.3%) 무선통신(-42.3%) 등의 낙폭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제조업보다는 소비에 집중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저점 확인이 예상보다 지연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와 소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가 3.1% 줄면서 지난해(-2.0%)에 비해서도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기를 떠받쳤던 민간소비(4.7%) 역시 올해 2.7%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당장 25일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 성장률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최근 수출·투자 둔화를 반영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0.2%포인트 낮춘 1.4~1.5%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2월에도 직전 전망치에서 0.1%포인트 내린 1.6%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도 한은과 동일한 1.6%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국이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특히 부진한 것은 반도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한국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일 품목으로 최대인 20%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업황 부진, 중국 리오프닝 지연 등 악재가 겹쳐 유독 타격이 컸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회복세도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일본은 수출 외에도 내수 등 수익을 창출하는 저변이 넓어서 외부 경제 충격이 오더라도 타격이 작은 편"이라며 "한국이 특정 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전기차, 바이오, 첨단기술 등으로 다변화해 변동성을 줄이는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홍혜진 기자 / 도쿄 김규식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대만보다는 일본이 더 좋다”…세계 최고 부자의 선택, 이유는 - 매일경제
- 배달 음식 포장지에 ‘尹 퇴진’ 스티커가…“돈쭐 내자” vs “신고해야” - 매일경제
- “더워서 대박났다”…5월 때이른 고온에 판매 불티난 제품들 - 매일경제
- [단독] 정부 “K배터리 3사, 수주액 1000조 시대” - 매일경제
- “커피 말고 ‘자허블’ 주세요”…스타벅스서 7천만잔 팔린 이 음료 - 매일경제
- 한국은행 합격했는데, 인생 망했네…‘쌍둥이’ 금감원 대리시험 적발 - 매일경제
- 경찰, 남태현·서민재 ‘필로폰 혐의’ 구속영장 청구 - 매일경제
- [모자이크 코리아] 입시 뺨치는 韓영주권 … 500시간 공부해도 합격률 40%대 - 매일경제
- “49층 싫어” 재건축 거부한 주민들…한강변 알짜땅인데 반대, 왜 - 매일경제
- 토론토 단장 “류현진, 현재 불펜 소화중...다음달 타자 상대”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