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장' 불러모은 기시다 파격지원 내세워 日 투자 요청
18일 총리관저에 이례적 초청
반도체 왕국 부활 드라이브
◆ 한일 성장률 역전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한국·미국·대만·유럽 등의 주요 반도체 기업 7개사 경영진을 총리 관저에 초청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 기업 수장들에게 일본에 대한 투자와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경영진이 일본 총리를 한번에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를 내세워 일본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요청에 부응해 수출제한을 포함한 중국 견제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17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8일 삼성전자·TSMC·인텔·IBM·마이크론테크놀로지·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아이멕(IMEC) 등 7개 기업·기관 경영진과 총리 관저에서 면담을 진행한다.
기업 측에서는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류더인(마크 류) TSMC 회장,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 플랩 라저 AMAT 반도체 부문 CEO, 다리오 길 IBM 부사장, 막스 미르골리 IMEC 부사장 등 7명이 참석한다. 일본 정부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이 자리한다.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한 국가가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이자 글로벌 2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 300억엔(약 29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후공정 관련 테스트라인 신설을 검토 중이다. TSMC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공장 건설도 논의 중이다. 일본 정부는 TSMC에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 비용 가운데 절반인 4760억엔(약 4조7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현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중앙처리장치 등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 인텔도 일본에 연구개발(R&D) 거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반도체 연구기관 IMEC은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일본에 아시아를 아우르는 거점을 세우기로 결정한 상태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소재·장비 등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초청 기업과 일본 기업의 협업을 장려하고, 이를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활용한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가전략'으로 설정하고 국내외 기업에 일본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독려하고 있다.
[신윤재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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