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급할 때만 잠깐 뽑아쓰기 20년 고용허가제 새 판 짤 필요
근시안적 인력수급 탈피 시급
외국인 근로자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발을 디딘 건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된 것이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해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국내로 초청해 기술연수를 시켜주자는 목적이었다. 3D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커지자 1993년 정부는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중국, 베트남 등의 산업연수생들이 일정 기간 한국 기업에서 연수한 뒤 정식 근로자로 취업하는 제도다.
하지만 산업연수생들은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연수생 신분으로 인해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렸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3년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오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농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업종별 쿼터를 정해주고 인력이 필요한 업종의 중소기업이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채용하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인력 송출 업무협약을 맺은 16개국 근로자가 대상이다. 이처럼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통용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들은 지난 3월 기준 38만2000명이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절반에 육박할 만큼 비중이 높다.
문제는 정부의 외국인 정책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단기 노동력 공급 수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난에 신음하는 제조, 건설 현장 등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노동력을 공급할 뿐 근본적으로 정주형 이민자를 늘리는 정책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E-9 비자로 대표되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0년을 맞으면서 전면 손질과 함께 '투 트랙'으로 정주형 이민활성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기 산업연수생제가 값싸게 외국인을 부릴 목적에만 그쳤다면 고용허가제는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를 보완하는 대신 외국인의 한국 정주는 막겠다는 게 제도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외국인은 가족 동반 비자를 받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말 E-9 비자를 개선해 중도 귀국 없이 최장 10년간 체류할 수 있는 '장기근속특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과장은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보다 쉽게 장기 체류가 가능하도록 개편하려는 것"이라며 "당장 고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력 수급에 대응하는 과도기적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인력이 부족하면 그때그때 쿼터를 늘리는 식의 단편적인 고용허가제 틀에 모든 외국인 정책을 욱여넣어서는 안 된다"며 "이민 후진국이던 일본도 최근 숙련 인력, 고급 인재 수용에 나서는데 한국은 아직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저숙련 근로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외국인 수급 전망 역시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종별, 지역별, 체류자격별 등 종합적인 전망보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을 통해 E-9 비자에 대한 수요 전망만 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농수산업 등 당장 인력이 부족한 업종에 쿼터를 늘려주는 식의 단기 대응만 있을 뿐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도 미흡한 실정이다.
[임성현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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