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코리아] 입시 뺨치는 韓영주권 … 500시간 공부해도 합격률 40%대
필수코스 사회통합프로그램
참석자 갈수록 늘어 올 6만명
총 6단계 걸쳐 엄격한 교육
필기·구술시험 통과해야
단계별로 최대 30% 재수강
선진국 비해 지나치게 어려워
지난달 찾은 숙명여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수업 현장.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학생 10여 명이 필기를 하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어 강의, 독립운동사와 같은 역사 수업이 시간마다 이어진다. 쓰레기 분리수거법, 대중교통 환승 방법 등 한국이 생소한 외국인에게는 소중한 생활 밀착형 정보도 커리큘럼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중학생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고려인 3세 텐 니키타 씨(20)는 "작년 여름에 0단계를 듣고 올해 1단계 수업을 듣고 있다"며 "한국어 공부를 계속해서 KAIST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자가 꿈인 니키타 씨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며 파이선, 자바 등 컴퓨터 수업도 듣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적응과 자립을 돕기 위해 법무부가 2009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교육과정으로, 한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에게는 필수 코스다. 회당 3만8000원인 시험 응시료만 세 번 내면 된다. 0단계부터 5단계 심화까지 총 515시간 교육과정이다. 교원 자격이 있는 한국어 교사가 강의를 맡아 수업의 질이 높은 편이다.
양질의 교육을 거의 공짜로 들을 수 있다 보니 사회통합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3만명이던 참여자는 2019년 5만6000명까지 늘었다. 코로나19로 2020~2021년 참여자가 크게 줄었다가 올 들어 3월까지 석 달간 1만8000명이나 참여하며 다시 증가세다. 김찬기 한국이민재단 교육국장은 "다시 정상적으로 외국인이 찾고 있어 올해 6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과정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1단계였다. 0~4단계로 이뤄진 한국어 교육과정 중 초급 단계다. 난도는 상당히 높다. 매 단계 필기와 구술시험을 치르고 60점이 넘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단계마다 평균 100시간 교육도 받아야 한다. 4개월간 매주 7시간씩이다. 최종인 5단계는 두 단계로 영주용(기본)과 귀화용(심화)이 있다. 영주용 종합평가에 합격하면 체류자격 변경 시 가산점이 있다. 귀화용 평가를 패스하면 귀화 면접심사를 면제받는 혜택이 있다. 한 사회통합프로그램 강사는 "한 반 인원이 10~15명인데 단계별로 3명 정도는 재수강을 한다"며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학업이 본업이 아닌 사람이 많아 쉽지 않은 시험"이라고 전했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영주 비자 시험 합격률은 2018년 64.3%에서 지난해에는 48.5%로 뚝 떨어졌다. 그보다 단계가 높은 최고난도의 귀화용 종합평가 합격률은 더 낮아 작년에는 44.6%였고 2021년에는 36.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민에 우호적인 선진국들에 비해 정주형 이민자를 받는 관문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통합프로그램 예산은 지난해 104억8200만원, 올해는 105억3200만원이다. 향후 이민이 활성화되면 관련 예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지원을 강화하고 내국인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사회통합기금'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이 내는 수수료, 과태료, 범칙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기금을 만들어 외국인 지원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이민 선진국에선 사회통합기금을 운용 중이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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