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패널 불공정" 심의신청…MBC "출연자 색깔론 양심의 자유 침해"
사무총장, 방미기간 패널 방심위에 심의신청 공문 "불공정 고질적 문제"
MBC "송영길 탈당이 방미와 무슨 관계? 좌우파 기준 자의적"
"공영방송 길들이기 효과, 출연요청에 거부 사례 많아"
KBS는 "입장 없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민의힘이 KBS MBC 라디오 출연자 패널 구성이 불공정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혀 MBC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그 근거를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출연자들 중 좌파 패널이 많다는 보수언론단체의 모니터 결과를 제시해 논란이다. 이를 두고 MBC는 미디어오늘에 출연자들을 자의적 잣대로 좌파 우파로 성향을 나누는 색깔론 덧씌우기이자 양심과 언론자유 침해라며 공영방송 길들이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 문제 패널이 방미기간 중 패널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이들 단체의 기준 자체의 신뢰성도 제기했다. KBS는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국민의힘은 17일 오전 이철규 사무총장 명의로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 구성 불공정성에 관한 심의 신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출입기자단 단체SNS메신저에 공개한 공문을 보면, “대통령 방미기간(4.24~4.28) 중 일부 공영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의 패널 구성이 불공정하다는 언론단체 등의 발표가 있었다”며 심의를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단체는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 모니터)와 공정언론국민연대(MBC 모니터)를 뜻한다.
국민의힘이 밝힌 두 방송사의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은 KBS 1라디오의 경우 △최경영의 최강시사 △신성원의 뉴스브런치 △최영일의 시사본부 △주진우 라이브 △김성완의 시사야이며, MBC는 △김종배의 시선집중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다. 국민의힘은 “위 프로그램들의 불공정한 패널 구성은 오랫동안 지속된 고질적인 문제이므로, 별도의 공문을 발송해 방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고 썼다.
국민의힘이 첨부한 이들 단체의 분석결과의 경우, 우선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와 KBS 방송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통령 방미 기간 KBS1 라디오 출연진 현황'에서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KBS 1라디오의 <최경영의 최강시사>, <최영일의 시사본부>, <주진우 라이브>, <김성완의 시사야>, <신성원의 뉴스브런치>에 출연한 출연자와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견해를 간단히 분석한 결과 “다섯 프로그램을 합치면 좌파 혹은 야당 친화적 견해를 주로 제시하는 출연자가 80명인데 반해 우파 혹은 여당/정부 친화적 견해를 주로 제시하는 출연자는 11명”이라며 “좌파 혹은 야당 친화적 견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우파 혹은 여당/정부 친화적 견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보다 7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좌파적인 관점으로 보도한다고 볼 수 있는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시사인, 프레시안, 한겨레 등의 전현직 기자들은 모두 좌파적 견해를 가진 출연자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표에는 패널 명단만 나와 있을 뿐 이들이 무슨 발언을 하고 어떤 면에서 좌파인지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자신들 스스로도 표의 설명에 “주관적 분석이며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이라고 시인했다.
MBC 라디오를 분석한 공정언론국민연대의 '대통령 방미기간 MBC 표준FM 주요시사프로그램 출연진 정리' 표를 보면,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의 패널과 방송인을 분석해 좌파 패널이 37명, 우파 패널이 4명으로 분류했다. 표에 좌파 패널 또는 방송인을 파란색으로, 우파는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송영길 자진탈당과 관련해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출연한 것을 방미 기간 중 좌파패널이 출연했다고 분류해 분류방법 조차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MBC는 강하게 반발했다. MBC 관계자가 17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SNS 메신저를 통해 보내온 입장문을 보면, MBC는 “공언련 또는 국민의힘에서 방송 출연자를 좌파 또는 우파 패널로 규정,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색깔까지 달리 표기한 것은 출연자에 대한 색깔론 덧씌우기 차원이라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MBC는 “사회 현안에 대하여 자신의 이론과 경력, 사회적 위치 등을 토대로 방송에 출연한 특정인에 대한 색깔론은 출연자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한편 방송사의 자율적인 편성과 제작을 옥죄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MBC는 입장문에서 “무엇보다 해당 기간 중 대통령 방미와 관련 없는 현안과 그 출연자에 대해서까지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예를 들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탈당 문제와 관련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인터뷰가 방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의 연차 사용률이 가장 낮다는 방송 내용과 대통령의 방미는 무슨 관계인지 공언련 등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모두 좌파로 규정하고, 각종 방송을 통하여 스스로 보수 우파 패널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인사를 우파로 구분하지 않는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MBC는 비판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심의 신청 배경을 두고 MBC는 “KBS와 MBC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심의 신청한 국민의힘의 의도 역시 공영방송 길들이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MBC는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불공정한 패널 구성'을 이유로 방심위로부터 심의 위반 판단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이는 국민의힘 주장대로 '오랫동안 지속된 고질적인 문제'가 아님을 입증한다”고 반박했다.
MBC는 “MBC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방미 성과와 논란'을 주제로 한 방송('시선집중' 4월26일)에서도 여야 양쪽 관계자가 동반 출연하여 각 정당의 입장과 주장을 균형 있게 전달함으로써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고 해명했다.
MBC는 “아울러 국민의힘 측이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는 사례가 꽤 많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공정한 패널 구성'을 지적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인사들의 적극적인 방송 출연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KBS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지연 KBS 브랜드마케팅부 팀장은 17일 미디어오늘에 SNS메신저를 통해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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