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의료법 개정안 5건 난립 … 복지부는 '강건너 불보듯'
국회논의 지지부진 상황서
주무부처도 대책 마련 안해
"정부입법 추진했어야"비판
정부가 17일 다음달 시행 예정이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계도 기간을 갖기로 하면서 일단 3개월가량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법적 근거를 잃을 경우를 대비해 마련된 '플랜B' 성격의 시범사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제화가 필수적이지만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간 입장 차가 첨예한 탓에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정부 입법 등 다른 법제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혼란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배경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는 현재 비대면 진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각 법안의 내용은 비대면 진료의 주체부터 허용 범위, 진료 방식 등에서 모두 제각각이다. 국회 연구모임인 유니콘팜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안은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반면, 나머지 개정안 4건은 재진 환자에게만 비대면 진료를 인정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2021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진료 범위 등 쟁점을 둘러싼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쉽사리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열린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관련 개정안들이 수차례 올랐지만 실제 논의는 무산됐다. 의사, 약사 등 의료계 출신 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심사가 보류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의원 발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입법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입법과 같은 대안을 서둘러 추진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감염병 단계가 내려가기 전에 법제화되면 시범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입법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 입법보다는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에 비판이 쏟아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0년부터라도 정부가 정책 기조를 담은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시간은 충분했다"며 "쟁점 사안에서 다른 내용을 담은 기존의 의원 발의 법안에 공을 넘기기보다는 주도권을 갖고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범사업은 관련 논의를 유예하는 일에 불과하다"며 "초진·재진 자체에 얽매이기보다는 각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기준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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