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손보사 韓진출…기업보험 등 공략
FM글로벌도 올해부터 영업
중대법·데이터센터 화재 등
수요 커지는 기업보험 노려
국내 손보업계 긴장감 커져
글로벌 손해보험사들이 속속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기업 등 재보험 시장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 소비자 시장은 물론 기업보험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추세다. 한국 보험 시장 규모는 세계 7~8위 수준인데, 업계에서는 손보 산업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 싱가포르는 하반기 중 국내 지점 허가를 받으면 내년부터 여행자보험과 상해보험 시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중 AIG와 에이스손해보험이 공략하고 있는 분야다.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손보 시장 점유율은 2.5% 미만이며 당기순이익도 2000억원으로 적은 편이다. 국내 손해보험 시장이 개인 소비자 상품 비중이 큰 데다 한국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에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국내 손보사들 실적이 큰 폭으로 올랐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손의료보험과 건강·상해보험 같은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 국내 주력 상품은 외국계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손보사들은 기업보험(일반보험)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보험 시장은 이른바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가 점유하고 있는데, 최근 2~3년 새 외국계 보험사들의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시행된 데다 잇단 데이터센터 화재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보험 가입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기업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으로 크고, 3~4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상품을 만든다"면서 "국내사들의 영업이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보니, 외국계들도 '먹거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구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국내 손보사들도 '일반보험'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시장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안전 관리와 예방 등 일반보험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재물보험사로 꼽히는 팩토리뮤추얼인슈런스컴퍼니(FM글로벌)가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고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재물보험이란 기업들이 자연재해나 화재 등으로 손해를 입는 경우 재물 복구 비용과 영업 등 경영 손실 등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다만 외국계 손보사들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그동안 외국계 보험사들은 주로 생명보험 시장에 집중해왔는데, 최근 10년간 5곳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 사례도 있다. 라이나생명, AIA생명, 메트라이프,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회사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외국 생보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 내외이고, 당기순이익은 연 1조원 수준이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글로벌센터장은 "생명보험 시장의 경우 외국계 점유율이 미국, 일본,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국내 시장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큰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선진 보험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보험 시장이 이미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위스 리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전체 보험밀도는 지난해 기준 3735달러로 전년 대비 2단계 하락한 18위였다.
[신찬옥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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