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 석학 콜먼 교수 “저출생 극복 위해 비혼 출산 등 지원해야”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77)가 한국의 저출생 위기 해법으로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 ‘비혼 출산 지원’ 등 출생과 양육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인구학 교수와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장을 지내며 40년 이상 인구 문제를 연구한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이다.
콜먼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주요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콜먼 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언급하며 ‘인구소멸국가 1호’가 될 것으로 밝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으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더 떨어진 상태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2006년 발언에 대해 “인구학에서 예측은 가정이고, 가정은 급변하기 때문에 조건부적인 발언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대만 등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 가부장적인 가족주의, 과도한 업무문화, 과열된 교육환경, 낮은 성평등지수, 동거 문화와 비혼 출산에 대한 폐쇄성 등을 들었다.
콜먼 교수는 “한국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썼지만 출산율은 더 줄었다”며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일관된 복지정책을 시행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구간에 따른 정부의 선별적 난임 부부 지원에 대해서는 “출산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모든 난임 부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와 스웨덴을 예로 들며 “전쟁 직후 베이비붐 현상을 겪고 1970년대 여성의 교육과 노동시장 진출로 출산율 하락을 겪었지만 1980년대부터 30여년의 시간을 두고 회복했다”며 “그 중심에는 ‘성평등’이라는 문화적 변화와 가족 친화적 노동시장 개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복지정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 출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혼 출산이 아니었다면 어떤 나라도 1.6 이상의 높은 출산율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출산에 장애가 되는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3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낮췄지만 생산성에 변화가 없고 동기부여로 더 열심히 일한다”며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인구 유지를 위한 이민정책도 제한적인 해결책이라고 봤지만 이를 통해 과거와 같은 출산율 회귀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콜먼 교수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국제 사례로 보는 인구 문제 : 우리나라의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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