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 사건’으로 복역한 故윤이상, 법원이 재심 개시결정

작곡가 윤이상./조선 DB

‘동백림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고(故)윤이상 작곡가에 대해 법원이 재심(再審)개시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 5부는 지난 12일 윤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유족을 대리한 김필성 변호사는 17일 페이스북에 “동백림 사건의 첫 재심 개시 결정”이라며 재심 개시 결정문을 공개했다. 그는 “(재심 청구) 당시 신청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윤이상 선생님 가족이 고령이어서 삶의 평안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베를린 거점의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문화예술계 인사 등 200여명이 연루됐다. 윤씨는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석방 된 후 독일에 체류하면서 친북단체인 범민련 해외본부 의장을 맡아 1994년 평양에 방문하는 등의 행보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동백림 사건이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 표장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관련자들이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하면서 동베를린 및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인사로부터 금품수수를 통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단순한 대북 접촉 및 동조행위에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윤씨가 경찰의 거짓말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됐고 이는 불법 체포·감금죄에 해당한다”며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범죄를 범한 경우여서 형사소송법 420조 7호의 재심사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