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CFD에 한해서만 개인전문투자자 문턱 높일 듯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차액결제거래(CFD)에 한해서만 개인전문투자자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처투자 활성화와 맞닿아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제도 전반을 고치는 것보다는, 그런 취지와 무관한 차액결제거래만 건드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애초에 4년 전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완화할 때 이런 점을 감안해 제도를 세분화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전반적인 개인전문투자자 제도는 그대로 두되 차액결제거래에 한해서만 자격요건이나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전문투자자는 투자경험과 손실감내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개인에게 보다 폭넓은 투자를 허용해주는 제도다. 차액결제거래도 전문투자자만 매매할 수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개인전문투자자 제도 전반이 도마에 오른 이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해당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가 차액결제거래만 겨냥하는 ‘핀셋’ 방식의 접근으로 기운 데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정부는 2019년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했는데 당시 취지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 즉 비상장주식 투자 활성화였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비상장주식 시장의 ‘큰손’인 사모펀드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투자 제한이 풀리고 각종 투자자 보호 장치도 느슨해진다. 비상장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전문투자자가 늘수록 자금 조달의 성공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취지와 차액결제거래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차액결제거래의 기초자산은 상장주식이다. 실제로 이번에 차액결제거래 반대매매 물량으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5개는 유가증권시장에, 3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정부가 의도했던 벤처투자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액결제거래는 애초에 전문투자자 자격 완화의 취지와 맞지 않는 데다가 위험성이 있다”며 “이 상품에 한해 전문투자자 허들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자격요건을 세분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전문투자자는 근본적으로 모험자본 공급과 투자자 보호라는 다소 상충되는 정책 목적을 모두 안고 있는 제도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기 위해서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한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 개인전문투자자에게도 차액결제거래 투자를 권유할 때는 금융회사가 설명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도) 개인전문투자자에게 고위험 장외파생상품을 권유할 때 설명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인전문투자자의 문턱을 낮춘 게 벤처투자 확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2019년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전문투자자 전용 비상장 지분증권 매매시장(K-OTC Pro)도 개설했다. 최근 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와 개인전문투자자 등 회원은 모두 328명에 그친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