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의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가 끊긴 이유는 [김정훈의 리플레이스]

김정훈 기자 2023. 5.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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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왔던 5월 5일 어린이날 연휴에 생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5일 시작해 7일에 끝날 예정이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이 악천후로 인해 기존 3라운드에서 2라운드로 조기 종료가 됐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최종합계 7언더파 137타를 기록한 박보겸(25)이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이번 시즌 국내 개막전에서 컷오프 탈락을 했던 박보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였습니다.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박보겸. KLPGA투어 제공
연휴 탓에 다른 대회보다 관심이 적었는데 큰 이슈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박현경(23)은 이 대회 전까지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참가한 27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를 했고, 이번 시즌에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습니다.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는 현역 선수 중 1위, 은퇴 선수를 포함해도 공동 3위의 기록입니다. 박현경은 지난 시즌보다 샷감이 좋아 이 부문 1위인 서희경(37)의 65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넘어 설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박현경은 컷오프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박현경의 연속 컷 통과 기록도 멈췄습니다.

● ‘예선 탈락’ 개념의 컷오프

선수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컷오프 탈락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박현경이 컷오프 탈락을 한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우선 컷오프라는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골프에서 컷오프라는 용어의 의미는 ‘예선 탈락’입니다. 18홀 4라운드로 치러지는 통상의 대회를 기준으로 1, 2라운드를 마친 뒤 일정 등수 이하의 선수를 컷오프 탈락시키고 3, 4라운드를 치릅니다.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경기를 빠르게 치르기 위해서죠. 이 때문에 1, 2라운드는 예선이라 하고 3, 4라운드를 본선이라고 합니다.

교촌 1991 레이디스오픈 컷오프 규정. KLPGA투어 제공
KLPGA투어에서는 대회마다 컷오프 기준을 정합니다.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요강을 살펴보면 2라운드가 종료된 뒤 60위까지만 3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3라운드 대회이기 때문에 1, 2라운드를 예선으로 보고 3라운드를 본선으로 본 것이죠. 다만 이번 대회는 비가 많이 내린 탓에 5일 1라운드를 종료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인 6일 오전에 잔여 경기를 치른 뒤 1라운드를 종료했습니다. 또 악천후가 이어질 것을 예상한 KLPGA투어 측은 1라운드 종료 뒤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3라운드 없이 2라운드로 종료될 것을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1라운드는 예선, 2라운드는 본선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회 1라운드 종료 뒤 컷오프 탈락이 없었습니다. KLPGA투어는 선수들에게 현장에서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이번 대회는 컷오프 탈락이 없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박현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기계적 규정 적용으로 기록 잃은 박현경

이번 대회는 날씨 탓에 총 13명이 기권을 했고, 2라운드에서도 6명이 기권을 했습니다. 선수들이 기권을 하는 것은 기권을 하면 평균타수 등 대회 공식 기록에 대회 성적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적이 저조한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 관리를 위해 기권을 하는 것이죠.

박현경은 달랐습니다. 1라운드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박현경은 자신의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2라운드에도 참가했습니다. 컷오프 탈락을 했다면 집으로 돌아가 컨디션 관리를 했겠지만, 이번 대회는 컷오프 탈락이 없다고 생각한 박현경은 비를 맞으며 대회를 마지막까지 소화했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플레이를 하고 있는 박현경. KLPGA투어 제공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박현경은 컷오프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이번 대회 요강에 36홀이 끝난 뒤 컷오프 탈락을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36홀이 끝난 뒤 상금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컷오프 탈락 시킨 것”이라고 했습니다. KLPGA투어가 말하는 이 규정은 3라운드를 치르는 것을 전제하고 정한 규정입니다. 악천후로 인한 라운드 축소 등으로 대회 일정이 변했을 때 컷오프 탈락 규정은 없습니다. 그런 탓에 KLPGA투어는 3라운드 규정으로 2라운드까지 치른 선수들을 컷오프 해버린 것입니다. 예선 통과를 하지 못한 선수를 본선에 같이 뛰게 하고 전체 성적으로 다시 예선 탈락의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선수들 입장보다는 행정적 편의를 우선시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KLPGA투어가 지금같은 큰 사랑을 받는 데에는 박현경과 같은 스타 선수들의 힘이 컸습니다. KLPGA투어가 행정적 편의를 앞세우기 전에 선수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판단했다면 어떨까요.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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