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활동·지재권 탈취… 美서 쫓겨난 中공자학원
"中체제 선전 등 안보 위협"
美대학내 5년새 94% 급감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중국 문화 전도사'로 불리던 중국 '공자학원'이 미국 내 교육기관에서 대부분 퇴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교 내 학문의 자유와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미국 내 공자학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미국 메릴랜드대에 상륙한 공자학원은 2017년 118곳으로 불어났지만 2022년 12월 7곳으로 쪼그라들었다. 5년 사이 94% 넘게 퇴출된 셈이다.
CRS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공자학원이 중국을 향한 미국 내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식재산권 탈취와 첩보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에 따라 캠퍼스에 공자학원을 설치했던 미국 각지 대학교들이 하나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자학원을 가리켜 "미국 대학과 초·중·고교에 중국의 국제적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라며 미국 내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 외교사절단으로 정의한 것도 한몫했다. 미국 국무부는 공자학원을 '해외 임무 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자학원을 설립하려는 기관으로 하여금 인적 구성과 예산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공자학원은 초급 중국어 수업과 학술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 출범 이후부터 줄곧 중국 정부에서 직접적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 공자학원은 2004년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으며, 이후 급속히 세를 불려 2020년 기준 160여 개국에 560여 개가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공자학원은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국가 간 교류를 증진한다는 본연의 역할과 달리, 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을 향한 비판적 논의를 해체시키는 한편 해외 대학에 대한 첩보 활동을 벌이는 기구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의 경우 대만 혹은 톈안먼 사태 등을 다루면 참여를 제한시키거나, 중국에 우호적인 학생을 중국 현지 장학생 또는 중국 기업·은행에 취직시켜 친중파로 키운다는 보고도 있다.
유럽에서도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거세다. 영국은 지난해 7월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2020년에 모두 폐쇄했으며, 핀란드는 올해까지 기관을 운영하고 폐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한국 내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 기준 23곳으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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