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재진·의원급 중심’

김향미 기자 2023. 5.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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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다음 달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가 낮아진 후에도 ‘재진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으로 의료취약 계층에는 초진(첫 진료)도 비대면으로 허용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은 17일 당정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 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됐는데 오는 6월1일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 의료법상 불법이 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24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1419만명을 대상으로 3786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다. 지난해 10월 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9%가 향후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대면 진료 수요가 많지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정은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날 구체적 사업 방안(초안)을 공개했다.

사업방안을 보면, 비대면 진료는 원칙상 이를 원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다. 대상 환자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65세 이상, 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등 의료 취약계층은 제한적으로 초진을 허용한다. 세부 기준은 아직 검토 중이다. 18세 미만 소아 환자만 공휴일과 야간에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안도 나왔으나 당정은 안전성 우려를 제기한 전문가들 의견을 수용해 최종안을 만들 때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선 대면진료를 한 환자 중에서는 희귀 질환자, 또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한 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진료 방식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화상통신을 원칙으로 한다. 플랫폼이나 기기·장비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이 없는 환자 등은 예외적으로 전화 음성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문자메시지 또는 메신저만으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없다.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나 e메일을 통해 보낸다. 의약품은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등이 ‘직접’ 받는 것이 원칙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 감염병 환자 등을 위해 ‘재택 수령’ 방식도 검토했으나 이번 초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약 배송’은 오남용, 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약사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약국들의 경영에도 영향을 준다.

비대면 진료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는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의원급 기준 환자 본인부담률은 30%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비대면 진료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나 약 배달 전문 약국 등은 금지되고, 마약류나 오남용 의약품도 처방이 금지된다.

정부는 오는 6월1일까지 최종안을 만들고, 올해 8월 말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플랫폼 업계는 ‘초진’과 ‘약 배송’ 전면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 업계를 포함해 유관 단체와 협의기구를 만들어 시범사업을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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