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 나는 韓 전자업계…삼성·LG·SK 공장엔진 식어간다

장유미 2023. 5.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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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수요 부진에 1분기 가동률 '뚝'…재고 늘고 영업익 급감 '비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IT 수요 급감에 국내 전자업계가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반도체 한파'로 관련 업체들의 영업익이 급감한 데다 불어난 재고에 따른 생산량 조절 여파로 공장 가동률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침체 여파로 관련 업체들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이 1년 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p 하락한 65.2%를 기록했다. 카메라 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59.9%에서 10%p 넘게 하락한 47.1%로 떨어졌다. LG이노텍은 애플이 주 고객사로,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7%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MLCC를 주로 생산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1분기 70%에서 올해 59%로 현저히 떨어졌다. 다만 카메라 모듈을 다루는 광학통신솔루션은 중국향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1년새 공장 가동률이 2%p 늘어 올해 1분기에 63%를 기록했다.

반도체 한파 여파로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100%에서 올해 57%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LG이노텍의 구미 반도체 기판 가동률 역시 지난해 92.9%에서 올 1분기 61.6%로 떨어졌다.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1분기 가동률은 95.6%로 2021년(99.8%), 2022년(99.6%)보다 4%포인트 이상 낮았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DB하이텍의 1분기 공장 가동률은 부천캠퍼스가 89.35%, 상우캠퍼스가 62.13%로, 전년 동기(97.34%·97.99%)와 비교해 큰 폭으로 꺾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공정 특성상 공장 가동률을 100% 유지하고 있지만, 재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3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지난해보다 9.9% 증가한 31조9천481억원으로, 2021년 말(16조4천551억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재고자산이 작년 말보다 9.7% 늘어난 15조6천64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0조3천926억원과 비교하면 65.3% 증가했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말 2.4회에서 1.6회로 낮아졌다.

두 업체에서 1분기에만 증가한 합산 재고가 4조4천80억원에 달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재고 부담도 더 커진 모습이다. 국내 매출 30대 기업의 3월 말 기준 총재고자산은 235조2천619억원으로 지난해 말(225조2천937억원)보다 9조9천682억원(4.4%) 증가했다.

가전시장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삼성전자 DX 부문 영상기기의 1분기 가동률은 77.1%로 전년 동기(84.3%)보다 7.2%p 떨어졌다. LG전자 H&A사업본부의 1분기 평균 가동률은 냉장고가 111.8%, 세탁기가 90.1%, 에어컨이 120.8%로, 전년 동기(126.5%, 98.6%, 129%)와 비교해 8~15%p가량 떨어졌다.

LG전자에서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가동률도 87.8%에서 75.3%로 12.5%p 하락했다. TV 시장 위축으로 인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96.5%에서 올해 1분기 80.0%로 하락했다.

이처럼 전자업체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도 타격을 입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에서 올해 1분기 실적 확인이 가능한 309개사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5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5조8천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50조5천567억원 대비 24조6천583억원(48.8%)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감소액이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1분기 20조9천4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7천94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기업별 영업이익은 반도체 한파로 관련 업체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천4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5.5%(13조4천812억원)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09년 1분기(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1998년 이후 2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조4천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6조2천619억원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사상 최악의 적자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재고 관리를 위해 전자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춘 듯 하다"며 "2분기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3분기부터 전자업체들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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