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법 수록’ 개헌 띄운 민주당···호남 민심 이반에 촉각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하루 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에 총출동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이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겹악재 여파로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자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반드시 내년 총선에 맞춰서 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협조해주시기를 공식적으로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원포인트 개헌 촉구에 힘을 보탰다. 박 원내대표는 “5·18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세계적으로 확립돼 있다. 여야 정치권의 이견도 없다. 국민적 공감대도 마련됐다”며 “윤 대통령이 의지와 일정을 제시만 한다면 여야가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정부와 여당에 5·18 폄훼 발언을 일삼는 인사들을 엄정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여권 지도부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진정성을 보이라는 압박이다. 실제 여권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반대 발언 등으로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광주 서구갑이 지역구인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그릇된 언행으로 광주는 매번 상처를 입으면서도 울분을 억누른 채 이들의 광주 방문을 진심으로 대했다”며 “부디 이번에는 표리부동과 위선을 끊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달 들어 대폭 떨어진 호남 지지율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4일 만18세 이상 1504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오차범위 ±2.5%포인트) 광주·전라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67.3%였다. 이어 리얼미터가 지난 8~12일 만18세 이상 2503명에게 물었더니(95% 신뢰수준 오차범위 ±2.0%포인트) 56.7%로 10.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광주·전라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4.6%에서 23.7%로 9.1%포인트 올랐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연달아 터지자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민심 이반이 일어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에 도착해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고 백남기·이철규·이한열 열사와 이한열 열사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의 묘역 앞에서 묵례했다. 그는 묘역을 이동하면서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비석’을 보고 밟기도 했다. 이 비석은 전씨가 1982년 전남 담양군 한 마을에서 숙박한 것을 기념해서 만들어졌으며, 이후 묘역으로 가는 길 바닥으로 옮겨져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 대표는 뒤이어 광주 북구 금남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5·18 전야제 민주평화대행진에 참석했다. 이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행진 과정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오전 김정숙 여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을 졌다”며 “재임 중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당시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아 국민투표까지 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8일 KTX 특별열차를 편성해 광주를 찾는다. 당 지도부는 당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친이준석계 인사들은 하루 전날 광주에 도착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5·18 원포인트 개헌을 이른 시간에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요구에 대해 “그 사항만으로 원포인트 개헌은 여론이나 여러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을 종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에둘러 거부 의사를 밝혔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광주 |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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