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새 판 짠다…전문가들 "손 볼 필요 있지만 전반적 개편까진 글쎄"

박기현 기자 2023. 5. 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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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전세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세제도를 미세조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전반을 손질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1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 3법을 포함해 본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전반적 손질보다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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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임대차 3법 포함해 큰 그림 짜겠다는 각오"
전문가들, 에스크로 도입 "고려해볼만"…임대차 3법은 "미세조정 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세종시에서 국토부 출입 기자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3.5.16/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정부가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전세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세제도를 미세조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전반을 손질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1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 3법을 포함해 본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왜곡된 전세제도로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이 불거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세는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린 셈인데 갚을 생각을 안 한다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며 "갭투자를 조장하고 조직적 사기 범죄가 판을 치게 만든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임대차 3법 전체를 개정해야 하는데 주거약자들에 대한 피해를 막는 방향으로 본격 연구하겠다"며 "가급적 빠르다면 좋겠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전했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를 제대로 된 판 위에 올려서 큰 그림을 짜보자는 각오"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제도를 손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했다.

특히 이날 원 장관이 거론한 '에스크로 계좌' 도입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에스크로 계좌제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전세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직접 건네지 않고 제3자인 에스크로 기관에 돈을 맡기게 하는 방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금액이 커짐에 따라 사금융이 너무 강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많다"며 "분양에도 신탁이 있듯이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해서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세부적으로는 따져봐야 할 점들이 많겠지만 제도적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며 "대항력이 설정되기 전까지만 적용하더라도 하루 차이로 집주인이 바뀌거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는 등의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전반적 손질보다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통칭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폐지는 쉽지 않은 만큼 갱신청구권을 기존 2+2년에서 2+1년으로 축소해서 임대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4년분을 반영해서 전셋값을 올린다든가 하는 부작용이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신고제 유예기간도 1년 연장한 상황이니 나머지 임대차 2법에 대해 손질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호 강도가 약화하는 쪽으로 조정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 전반을 뜯어고칠 때는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 팀장은 "구체적으로 방안이 나와봐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지만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다"며 "이때까지의 문제를 보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 보호는 기존 전세보증을 적용해도 된다"며 "굳이 추가적인 규제를 더 만들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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