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의무" 말하는 김우빈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 '택배기사' [인터뷰]

이근아 2023. 5. 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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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의 배경은 대기오염으로 산소 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2071년의 한반도다.

그래서 시민권조차 없는 난민에서 택배기사가 된 5-8(김우빈)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택배기사'는 2017년부터 2년여간 비인두암으로 투병했던 김우빈의 복귀 후 세 번째 작품이자 영화 '외계+인'에 이은 두 번째 SF 도전작이다.

김우빈이 끌린 건 장르보다 '택배기사'가 품은 세계관과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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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에서 5-8역
시청 시간 3122만…비영어권 TV 1위도
"모두 사랑받을 자격 있다고 믿는 점, 5-8과 비슷"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택배기사 5-8 역할을 맡은 김우빈.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의 배경은 대기오염으로 산소 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2071년의 한반도다. 황폐화된 환경이지만 산소는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급되고 계급 갈등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시민권조차 없는 난민에서 택배기사가 된 5-8(김우빈)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난민을 희생시키려는 천명그룹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5-8의 목표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는 사람,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잘 살지 고민하는 사람. 그게 5-8이 아닐까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34)의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는 황폐화된 2071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서는 강남에 난민들이 거주하고, 살아남은 특별한 1%들은 지하에 거주한다. 넷플릭스 제공

'택배기사'는 2017년부터 2년여간 비인두암으로 투병했던 김우빈의 복귀 후 세 번째 작품이자 영화 '외계+인'에 이은 두 번째 SF 도전작이다. 김우빈이 끌린 건 장르보다 '택배기사'가 품은 세계관과 캐릭터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였거든요. 대기오염으로 사막화가 됐다는 설정이 '어쩌면 (조만간)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5-8은 낮에는 생필품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로 밤에는 난민을 지키는 기사(knight)라는 두 정체성을 오가는 인물. 대부분의 신에서 김우빈은 눈빛으로만 5-8을 표현한다. 김우빈은 "내 기운과 마음이 그 감정이라면 눈에서도 표현이 될 거라고 믿어서 감정에 더 집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웹툰 속 캐릭터를 구현해 내려 전작(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의 '생활형 근육' 대신 3kg을 찌워 '전투형 근육'을 만들기도 했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택배기사 5-8 역할을 맡은 김우빈. 넷플릭스 제공

미래의 세계를 그렸다고 하지만 '택배기사' 이야기는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준다.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사회나 환경오염 등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편성 때문일까. 이 '한국형 디스토피아'는 세계적으로도 공감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시청 시간 순위(8~14일 기준)에서 3,122만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 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시리즈의 메시지는 김우빈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챙겨 온 텀블러를 들어 보이며 "작품을 본 뒤에야 '왜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지'란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다"며 "하루에 한 번 일회용품을 덜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다시 (텀블러를) 꺼냈다"며 웃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는 황폐화된 2071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서는 강남에 오히려 난민들이 거주하고, 살아남은 특별한 1%들은 지하에 거주한다. 여기서 배우 김우빈은 택배기사 5-8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김우빈은 인터뷰 동안 '감사'와 '행복'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가 투병과 치료를 경험하며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택배기사' 촬영을 마칠 때 즈음 그의 일기엔 거창한 내용 대신 "액션신이 많은데도 큰 사고가 없어 감사하다"는 구절이 적혔다. 5-8과 자신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나 역시 평소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우리는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의 진솔한 연기 역시 이런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터. "일을 할 때 행복해요. 그 자체로 축복받은 거니까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고요. 저희 시리즈를 보는 분들도, 우리가 모두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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